해양명가 재건 시동..대우조선 초대형 풍력설치선 어느새 세계 1위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3.01.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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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과 만난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명가 재건에 시동을 건다. 세계 최대 15MW급 초대형 해상풍력발전기설치선(WTIV) 건조에 들어갔는데 어느새 해당 부문 세계 1위다. 글로벌 해상풍력발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해상풍력 사업에 무게를 싣고 있는 한화그룹과 시너지도 기대된다.

초대형 풍력발전기 5기 동시에 싣고나가 설치..바다의 거인
해양명가 재건 시동..대우조선 초대형 풍력설치선 어느새 세계 1위


30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수주한 15MW급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첫 선박에 대한 강재절단 작업이 거제조선소에서 마무리됐다. 선박 건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의미다. 대우조선해양은 2021년 모나코 선사로부터 WTIV 두 척을 각각 3800억원, 3700억원에 수주했다. 두 척으로만 8000억원 가까운 수주고다.



이 분야 세계 1위다. 누적 건조 척수 기준으로 보면 해상풍력 역사가 긴 유럽 업체들이 앞서지만, 미래 주력인 10MW급 이상 초대형선 기준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이 5척 수주, 3척 인도로 가장 많다. 경쟁자 삼성중공업은 3척을 수주해 모두 인도했고, 현대중공업은 수주가 없다.

15MW급 WTIV는 배 위에 무려 2600톤급 크레인을 설치한 배다. 먼 바다로 해상풍력발전기(바람개비)를 싣고 나가 선체를 굳게 고정한 후 해저에 그대로 심는다. 기둥 길이 최대 247m, 날개 하나 길이만 최대 108m에 달하는 풍력발전기 5기를 한꺼번에 옮기고 설치한다.



대우조선은 한때 명실상부 해양플랜트 명가였다. 초대형유조선(VLCC) 뿐 아니라 척당 1조원이 넘는 부유식원유시추저장설비(FPSO)나 역시 수천억원을 호가하는 드릴십(원유시추선) 수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았다. 그러나 이들 설비는 탄소중립 흐름의 직격탄을 맞았다. 해상시추 수요가 줄어들고 글로벌 경기부진이 겹치면서 일부 수주잔량이 악성재고로 탈바꿈해 재정상황에 부담을 주기도 했다.

척당 4000억원 호가..유럽선 "2028년 26조원 시장 형성"
대우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초대형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사진=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초대형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사진=대우조선해양
부실을 겨우 털고 있는 대우조선 상황을 감안할 때 WTIV 시장 1위는 의미가 크다. 친환경 선박으로 각광받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과 함께 친환경 특수선을 양대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 해상플랜트 노하우도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해상풍력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럽에선 육·해상 풍력 발전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2040년에는 태양광과 원자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2022년 대비 160% 이상 늘어난다. 관련해 15MW급 풍력터빈 설치가 가능한 WTIV 확보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2028년까지 WTIV가 70여척 발주돼 210억달러(26조원) 규모 시장이 형성될거라는 분석도 있다.


대우조선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한화가 이미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진출해 있다는 점에서 인수 완료 후 시너지도 기대된다. (주)한화는 전남에 총 2GW 규모 풍력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며, 작년 11월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와 국내 해상풍력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화솔루션도 프랑스 RES를 인수, 현지 해상풍력 사업에 진출했다.

척당 4000억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해양 설비에 대한 기술 자립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대우조선 WTIV는 네덜란드 엔지니어링업체 구스토MSC(GustoMSC B.V.) 디자인으로 건조된.다. 전세계 WTIV의 약 70%가 이 회사 디자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새 WTIV는 독자 개발한 스마트십 시스템을 적용, 선박운영 효율을 높이고 설계 상 국산 우리 기술을 처음 적용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며 "주변환경과 선박 상황을 파악해 운항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세계 최초 스마트 WTIV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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