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성 수은행장 "K-POP처럼 K-EXIM 시대 위한 기반 닦겠다"

머니투데이 대담=이학렬 금융부장, 정리=이용안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2023.01.30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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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KAI 지분매각 검토 안했다…한화와도 논의 없었다"

25일 윤희성 수출입은행장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25일 윤희성 수출입은행장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K-POP처럼 전 세계 수출입은행(EXIM)을 선도하는 K-EXIM이 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

첫 내부출신 윤희성 수출입은행(수은) 행장은 수은의 브랜드를 전 세계적으로 키우는데 초석을 다지겠다고 했다. 수은을 대내적으로는 대외경제협력의 중심으로, 대외적으로는 각국 수출입은행을 선도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30여년 간의 수은 근무 경험을 살리면 가능한 목표다.

수출입기업을 지원하는 수은은 경제 상황이 어두울 때 더 존재감을 나타낸다. 올해 경제전망은 지난해에 이어 밝지 않다. 이에 윤 행장은 주력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민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원전·방위산업(방산) 분야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발주국 정부와 금융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입법예고된 수은법 시행령이 통과되면 대외채무보증을 통해 수출입기업에 대한 지원의 폭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윤 행장을 만나 올해 구체적인 수은의 업무계획과 목표를 들어봤다.



-지난해 7월 첫 내부출신으로 수출입은행장에 임명되셨습니다. 내부출신 행장으로서 특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지요.
▷수은이라는 브랜드를 K-POP처럼 전 세계에서 인정받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수은은 1976년 당시 막 첫발을 뗀 국내 조선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수은법을 참고해 설립됐습니다. 후발주자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각국에서 한국 수은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설립 후 47년간 수출입, 해외투자·해외자원개발 등으로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의 수요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덕입니다. 특히 1999년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을 시작했는데 지난해 말 100번째 PF 지원을 통해 한국 기업의 해외사업 수행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전 세계 수출입은행들이 수은의 조직 운영과 전략을 따라하도록 브랜드를 키우겠습니다. 우선 대내적으로 한국 대외경제협력의 중심이 되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겠습니다.

-지난해 취임하셨을 때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글로벌 투자은행, 각종 연구기관에서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경제의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올해 역시 국내경제는 금리상승에 따른 내수 부진,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증가세 약화가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도 2%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출도 주요국의 금리 인상으로 전년보다 감소할 전망입니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수출의 18.9%를 차지하는 반도체 D램 가격이 하락해 부진 우려가 높습니다. 다만, 자동차와 선박 부문에서는 지난해보다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전망이 어두운 탓에 한국은 14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까지 예상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입은행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신년사에서도 '수출 5대 강국' 도약에 앞장서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책을 갖고 계신가요.
▷주력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근원적인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첨단전략산업의 우대지원 대상을 확대하겠습니다. 또 기존 수주산업 부문에서 방산·원전을 별도 분야로 관리해 지원을 늘리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조선사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 적기 지원과 함께 사업전환 단계에 부합하는 지원을 통해 해당 사업 부문의 고도화를 돕겠습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전략산업에 대해서는 새 지원프로그램을 신설해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등 지원에 16조원을 공급하겠습니다. 민간이 참여하기 어려운 방산·원전부문 및 대규모 건설 플랜트 사업에 대해서는 주요 발주처를 중심으로 사전에 기본여신약정(F/A)을 확약해 금융지원 협력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수은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대외채무보증 한도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수은은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강화할 수 있을까요.
▷현행 시행령에는 변화하는 시장수요에 맞춰 기업을 지원하는데 제한이 있습니다. 보험이나 대출이 아닌 보증만 요구하는 발주처도 있는데, 수은 보증은 대출과 연계가 돼 이런 수요를 채워주지 못했습니다. 특히 기업들이 조달하기 어려운 해외 현지통화의 경우, 보증 제공만 필요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행령 개정으로 이런 금융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상황에 맞게 상품을 이용 가능해 이들의 선택권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양한 지원을 위해서는 자금조달과 함께 수은의 재무건전성 확보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최근 수은은 역대 최대인 3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 발행에 성공하기도 했는데요. 향후 자금조달의 방향과 재무건전성(BIS비율) 확보를 위한 방안이 궁금합니다.
▷지난해말 수은의 BIS비율은 13.3%입니다. 올해에도 다양한 자본 확충 노력을 통해 BIS비율을 글로벌은행 수준인 13% 이상으로 유지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국내 기업 금융수요를 감안해 올해 190억달러의 외화를 선제적으로 조달할 예정입니다. 근본적으로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익을 내는 방법과 출자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수익 관리와 부실 최소화 노력으로 지난해 36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확보했습니다. 올해에도 이런 노력을 이어가겠습니다. 더불어 정부와도 올 1분기 내 출자계획을 협의중에 있습니다.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등 다각적인 자본확충 노력도 병행하겠습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민영화에 성공한 이후 시장의 관심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쏠려 있습니다. 한화그룹과 연관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수은은 KAI의 지분 26.4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KAI 민영화 계획을 갖고 계시는지, 언제쯤 민영화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수은은 현재 KAI 지분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더불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한 한화그룹과의 협상 과정에서도 KAI와 관련된 사항은 일절 논의된 바 없습니다. KAI는 방산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단순히 주가라든지, 수은의 이익만 놓고 결정을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분매각은 향후 KAI의 중장기 경영전략과 시장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정부와 협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공약입니다. 부산시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수은도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수은은 이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취임 후 많은 외국 대사, 장관들을 만나 금융협력과 프로젝트 지원을 논의해 왔습니다. 전 세계 어디를 보더라도 외교부가 수도에 없는 나라는 없습니다. 각국 통상장관, 외교장관들이 주로 한 나라의 수도에 방문하기 때문에 이들과 관계를 쌓기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수은은 수출금융 외에도 대외원조업무, 남북경협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금융의 외교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이 수은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을 뉴욕이 아니라 워싱턴DC에 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봅니다. 정부에서도 수은의 이런 역할을 고려해 수은이 어디에 있어야 국익에 가장 도움이 되고,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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