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6억 먹튀…'경태아부지' 징역 2년·여자친구 징역 7년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3.01.27 15:38
글자크기
후원금 6억 먹튀…'경태아부지' 징역 2년·여자친구 징역 7년


택배견 '경태'의 치료비 명목으로 6억대 기부금을 받고 잠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커플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민성철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사기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택배기사 A씨(34)와 그의 여자친구 B씨(38)에게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의 기부금 사기 범행은 1차 피해자가 2306명, 2차 피해자가 1만496명에 이른다"며 "반려견의 건강에 대한 우려 등 피해자의 선한 감정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했기 때문에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 총 피해규모가 6억원을 초과할 정도로 매우 크고 피해액 대부분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B씨는 수술을 빙자해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뒤 수술을 거부하고 도주했다"며 "B씨에 대한 구속집행정지 결정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자기결정권을 인도적 차원에서 존중한 것이었다. B씨는 정당한 사유없이 도주했고 다시 검거될 때까지 복귀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어 "A씨는 일부 무죄가 있지만 B씨와 마찬가지로 불특정 다수 피해자들에게 반복적으로 범행했고 범행 수법도 불량하다"며 "피해 금액이 1억원을 넘는데다 피해금액도 회복되지 않았다. 범행 가담 정도가 B씨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하지 않다고 해도 선량한 다수의 피해자들을 양산했다는 점에서 잘못이 크다"고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 몰티즈 견종 '경태'를 택배 차량 조수석에 태우고 다니는 모습으로 유명해졌다. 경태는 2013년 화단에 버려져 있다가 입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A씨가 일하던 CJ대한통운은 2021년 1월 경태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했다.


A씨와 B씨는 반려견의 치료비 명목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1만여명으로부터 기부금을 모집하고 돈을 빌린 뒤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횡령한 기부금과 빌린 돈 6억1070만원 대부분을 도박에 사용하거나 빚을 갚는 데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고발 직후 경찰 수사를 피해 잠적했다가 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4일 대구에서 검거됐다. 특히 B씨는 지난해 10월28일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한 뒤 도주했다. 결국 B씨는 한 달 만에 다시 검거돼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5년과 7년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반려견에 대한 선량한 관심과 동정을 이용해서 금전을 편취한 수법이 불량하다. B씨는 구속집행정지 중 도주한 점을 고려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