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S](https://orgthumb.mt.co.kr/06/2023/01/2023012712357240945_1.jpg)
항공대학교 캠퍼스 밴드 활주로에 이어 보컬과 드럼을 맡았던 배철수는 대학교 4학년 때 이응수(베이스), 지덕엽(기타), 이봉환(키보드)과 송골매 데뷔 앨범을 발매할 때까지만 해도 음악을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음악을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한 건 송골매 2집부터로, 2집은 당시 밴드의 생업이었던 나이트 클럽에서 충분한 숙성을 거쳐 7시간 만에 녹음해 내놓은 밴드의 야심작이었다. 그리고 이 콘서트의 부제는 '40년 만의 비행'이다. 송골매가 해체한 건 1990년 9집을 발표하고였는데, 40년을 적시한 건 아마도 전성기 핵심 멤버였던 구창모가 몸담기 시작한 2집부터 헤아린 세월로 보인다. 실제 이날 대중 앞에 선 송골매도 배철수, 구창모로 요약된 송골매였다. 비록 팬들이 아는 완전체, 즉 이봉환과 김정선, 김상복과 오승동, 이건태와 이종욱이 포함된 송골매는 아니지만 두 사람이 무대에 선 이상 그것이 송골매가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다는 건 거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공연 시작을 연 움직이는 조형물 마냥 둘은 명실상부 음악이라는 하늘을 날기 위해 송골매가 반드시 지녀야 했던 한 쌍의 날개였다.
킨텍스 콘서트는 송골매 하면 2초 안에 떠오르는 메가 히트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로 시작했다. 장혁(드럼), 함춘호와 전달현(기타)에 송골매 3기 베이시스트로 활약한 이태윤 등 업계 베테랑들이 가세한 4기 송골매에는 백업 보컬리스트 두 명(이서종, 김지숙)과 키보디스트 세 명(최태완, 박만희, 안기호)까지 배치해 이 공연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인지를 환기시켰다. 노래는 구창모와 배철수가 한 곡씩 주고 받는 모양새로 진행됐는데 거기엔 44년 전 해변가요제에 블랙 테트라가 가져온 '구름과 나', 같은 대회에서 인기상을 받은 활주로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도 포함됐다. 노브레인과 장기하가 함께 들리는 두 곡의 특징, 그러니까 창 한 소절이나 시 한 줄 같은 가사(이후 '하늘나라 우리님'에서 절정에 이른다)와 한국인만이 직감할 수 있을 '가요 멜로디'가 70년대 영국식 하드록과 만난 성향은 이후 송골매의 음악적 정체성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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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배철수는 어느새 자기 음악 경력의 시발점인 활주로 시절 명곡과 송골매 시절 만든 노래로 앞선 구창모의 솔로 곡들에 맞불을 놓으며 공연을 절정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특히 함춘호의 슬라이드 기타 연주가 부드럽게 작렬하는 '이 빠진 동그라미'에선 작곡가 겸 작사가인 라원주의 탁월함도 엿볼 수 있었는데 그것도 잠시, 다시 구창모가 '외로워 외로워'를 부르니 배철수는 최태완의 멜로디언, 함춘호의 우쿨렐레가 눈이 되어 내리는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로 균형을 이루며 송골매의 마지막 공연(배철수는 이 공연을 끝으로 음악을 완전히 접겠다고 밝혔다)을 다정하게 추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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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공연에선 송골매와 어울려 무대를 빛내준 게스트들이 제 역할을 다했다. 과거 김수철이 송골매에게 준 '모두 다 사랑하리'를 지난해 7월 리메이크 한 수호(EXO)는 모친이 송골매의 팬이라며 대선배들 앞에서 그 노래를 다시 불렀다(구창모는 까마득한 후배가 부른 그 곡을 공연 엔딩곡으로 선택해 한 번 더 부른다). 이건 시작이었다. 다음 무대는 배우 이선균의 몫. 인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 부장 역을 맡았던 그는 극에서 부른 구창모의 노래 '아득히 먼 곳'을 노래해 장내 차분한 열기를 아득히 이어갔다. 마지막은 장기하였는데, 목소리로 멀뚱한 포커페이스를 짓는 데서 자타공인 송골매(또는 배철수)의 직계인 그가 '산꼭대기 올라가'를 무대 위로 올라가 혼자 부르고 곧이어 배철수와 활주로의 명곡 '탈춤'까지 함께 하는 사이 세대가 뚜렷한 송골매 팬들도 흥에 겨워 조금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쯤에서 나는 두 번째로 흐른 곡 '모여라'의 후렴 가사가 바로 저 팬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은 정해져있고 / 우리도 언젠가는 늙어가겠지 / 흐르는 세월은 잡을 수 없네 / 너는 바보 나는 바보 / 모인 사람 모두 / 모두 바보"
활주로 멤버로 해변가요제에 나갈 때까진 프로 뮤지션이 될 생각이 없었던 배철수는 음악이란 건 늘 선택받은 사람들만 하는 것인 줄 알았다고 한다. 구창모, 배철수 나이도 이제 곧 칠순. 이날 두 사람은 한 가지 사실을 증명했다. 그건 자신들 역시 선택받은 사람들이었다는 것. 물론 그날 킨텍스에 모인 사람들은 그런 송골매만 바라보고 바라온 '바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