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은 왜 컨퍼런스콜 안 할까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3.01.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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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은 왜 컨퍼런스콜 안 할까


애플의 신비주의가 만든 불똥이 LG이노텍 (181,300원 ▼5,300 -2.84%) 주주들에게 또 튀었다. 애플은 협력사들에 유별난 수준의 비밀유지 협약을 요구하기로 유명한데, LG이노텍이 최대 고객사인 애플 영향으로 컨퍼런스콜(전화회의)를 5년째 중단하고 있어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LG이노텍은 2017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2018년 1월부터 컨퍼런스콜을 하지 않았다. 2016년 4월 첫 컨퍼런스콜을 시작한지 2년도 채 안 돼서다. 당시 LG이노텍은 향후에 컨퍼런스콜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전날인 25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도 컨퍼런스콜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는 애플의 항의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LG이노텍이 주주들의 질의에 고객사를 언급한 것을 두고 애플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LG이노텍의 최대 고객사는 애플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G이노텍 전체 매출 중 74% 가량이 애플로부터 나왔다. 애플 아이폰 10대 중 7대가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을 탑재한다.

LG이노텍의 사업 구조가 카메라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사업부에 치중된 점이 애플 의존도를 높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LG이노텍 사업은 크게 광학솔루션사업부와 기판소재 사업부, 전장부품 사업부로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광학솔루션 사업부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9%에 이른다. LG이노텍이 지난해 4분기 다소 부진했던 실적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따른 주요 공급망의 생산차질로 수익성이 둔화됐다"고 설명한 것 역시 애플과 관련이 있다. 애플은 아이폰 조립을 주로 중국에서 한다.



시장에선 B2B(기업간거래) 기업으로 LG이노텍이 고객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게 어렵다고 보면서도, 상장사로서 주주들과의 공개 소통창구를 계속해서 닫고 있는 것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업계는 LG이노텍이 사업 안정성을 위해서도 매출 구조 편중을 탈피해야 한다고 본다. 애플은 기술 유출 방지와 공급 안정성 제고, 유리한 가격 협상 등을 위해 협력 회사를 한 곳에 치우치지 않게 하는 경향이 있다.

LG이노텍은 전장과 기판 사업부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초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에 본격 투자를 선언하며 새로운 미래먹거리 창출에 나섰다. FC-BGA는 반도체칩을 메인기판과 연결해주는 반도체용 기판으로, 특히 PC와 서버,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등에 주로 쓰인다. 정철동 사장 역시 지난해 초 주주총회에서 애플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한 리스크 대응책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기판과 전장 사업을 키워 카메라모듈에 치중된 매출 구조를 완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컨퍼런스 콜 개최 여부는 기업의 선택 사항"이라며 "현재 공시와 주주총회, 사업보고서·지속가능보고서 발간, 투자자 대응관리(IR) 담당 부서와 전화 연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자와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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