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한파' 불러온 주범은 소?…"소 방귀 잡자" 뭉칫돈 몰린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3.01.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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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트림·방귀가 내는 메탄, 기후 변화의 이유로 꼽혀…
빌 게이츠의 투자사, 소 방귀 억제 스타트업에 투자…
일부 국가는 소 방귀세, 최대 낙농국 뉴질랜드도 고민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여름엔 폭염·가뭄, 겨울엔 살인적 한파. 전 지구적 기후 위기가 눈앞의 현실이 되자 세계 곳곳이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소의 방귀나 트림에서 나오는 메탄이 화석연료 못지않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미국의 억만장자 빌 게이츠는 사료를 통해 소가 배출하는 메탄의 양을 줄이는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각국 정부는 '소 방귀세' 도입에 나서고 있다.



CNN,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루민8'은 성명을 통해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가 주도한 자금조달 라운드에서 1200만달러(약 148억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는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게이츠가 2015년 설립한 벤처캐피털이다.

2021년 호주에서 설립된 루민8은 소의 방귀와 트림, 배설물에서 나오는 메탄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사료 첨가제를 개발 중이다. 이 사료 첨가제에는 가스 생성을 막는 붉은색 해초인 홍조류가 함유돼 있다. 2021년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소량의 해초를 소에게 먹이면 방귀와 트림을 통해 배출되는 메탄의 양이 8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민8은 자체 실험 결과 자사 사료 첨가제가 소가 배출하는 메탄양을 최대 95%까지 줄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의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소가 온실가스의 주범이지만 축산업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 중 하나"라며 "이는 기존 소 공급망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양을 줄이는 기술이 현재와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메탄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만큼 큰 온실가스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보다 적지만, 열을 가둬두는 온실효과는 8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 초식동물인 소는 되새김질하는 과정에서 메탄을 만들고 이를 호흡과 트림, 방귀 등으로 배출한다. 소 한 마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70~120kg에 달하는데, 소형차가 1년간 내뿜는 메탄의 양과 맞먹는 수치다. 세계 5대 육가공 업체와 10대 낙농 업체가 배출하는 메탄양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 배출량의 8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유엔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등은 기후변화를 막을 방법 중 하나로 육류 소비 줄이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낙농 국가들은 '소 방귀세'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에스토니아는 이미 2009년 소 방귀세를 도입했다. 아일랜드와 덴마크는 각각 소 한 마리당 18달러와 110달러의 세금을 매기고 있다. 세계 최대 낙농 수출국인 뉴질랜드도 소의 방귀와 트림을 통해 배출되는 메탄에 세금을 매기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법안이 통과되면 2025년부터 해당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뉴질랜드에선 농축산업이 국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해당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가 전체 배출량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많다. 하지만 업계 종사자들은 이 정책이 불러올 높은 세금으로 인해 낙농업이 후퇴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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