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새로운 먹거리 창출 실패…산업 대전환 준비해야"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2023.01.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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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사진=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사진=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리 산업이 과거 20년간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실패해 반도체, 조선 산업 중심의 수출·생산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위해 급소기술 발굴, 교육규제 쇄신, 투자인센티브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뒤따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1차 산업대전환 포럼 좌장회의'를 열고 △투자 △인력 △생산성 △기업환경 △글로벌전략 △신(新)비즈니스 등 6개 분과별로 이같은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포럼은 최중경 동국대 교수, 김우승 한양대 교수와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대표,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첫 회의에서 포럼에 참여한 구성원들은 2000년대 이후부터 우리 산업이 '잃어버린 20년'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반도체·컴퓨터·자동차·석유제품·조선 등 2000년대 10대 주력 수출품목이 2021년도에도 유사하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를 제외한 주력상품 대부분은 후발주자인 중국의 추격에 직면해 있다. 특히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등 소수 제품만 간신히 경쟁력을 유지 중이다.

포럼에서는 우리나라의 10년 후 미래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고 이대로 가면 우리 경제가 현재 수준에 정체되거나 산업 선도국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대가 모였다.


앞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우리나라 1인당 잠재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030년~2060년에 0%대로 떨어져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 실질 GDP가 세계 10위 수준이지만 2030년에는 인도네시아, 브라질에, 2050년에는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에 뒤처질 것으로 내다봤다.

포럼은 '10년 후 산업 위기'의 징후로 △인력 △산업공동화 △후진적 기업환경 등을 꼽았다. 우선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고 부양인구가 늘어나면서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현상인 '인구 오너스'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국 생산연령 인구 비중은 한국 71%, 중국 69%, 미국 64.9%, 일본 58.5%였다. 이같은 비중이 2040년이 되면 한국은 56.8%로 급격히 떨어지지만 중국 62.9%, 미국 61.5%, 일본 53.8%로 소폭 감소에 그친다.

 사진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의 모습. /사진=뉴스1  사진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의 모습. /사진=뉴스1
또 국내에서 어렵게 양성한 핵심 인재는 미국·중국 등으로 이탈이 우려되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의 해외 경쟁업체들은 국내보다 3~4배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노골적으로 인재를 유치해 인력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급속한 해외투자 증가로 산업 공동화도 우려된다. 국내기업의 해외 투자는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며 가속화되는 반면,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는 해외투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1년 해외직접투자는 759억달러(약93조4700억원)로 외국인직접투자 295억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포럼은 △시대역행적 규제 △정부의 인허가 지연 △경쟁국에 비해 부족한 인센티브 등을 기업의 국내 투자를 가로막는 3대 요인으로 꼽았다.

실례로 속도가 핵심인 첨단산업 투자에 있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인허가 지연으로 인해 투자의향서 제출 후 착공까지 4년 이상이 소요됐다. 반면 삼성전자으 미국 오스틴 공장,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은 부지선정 후 공장 가동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아 우리와 속도경쟁력에 큰 차이가 발생했다.

아울러 반도체 시설투자에 미국은 세액공제 25%, 투자보조금 30억달러를 제공하고 일본은 투자보조금을 40%까지 지원하는데 반해 우리의 현실은 기업 규모에 따라 8~16% 세액공제 수준이다.

후진적 기업 환경도 기업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포럼에 참석한 한 인사는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노조의 과격한 파업과 직장 점거는 경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는 위협적인 기업환경은 기업가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GDP 대비 R&D(연구·개발) 투자가 세계 1위 수준이지만 R&D가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코리아 R&D 패러독스'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R&D 과제 성공률은 99%이나 사업화 성공률은 43.7%에 그치고 있다.

포럼은 이같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향후 100일간 투자인센티브 총액 보장제도, 우수인재 레드카펫 프로젝트,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위한 급소기술 발굴 및 지원방안 등 다방면에서 '산업 대전환'에 필요한 대책을 논의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우리 경제가 대외적으로는 자국우선주의, 미중 갈등, 첨단산업 유치경쟁으로, 내부적으로는 투자·인력 감소, 혁신정체 등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산업혁신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고 우리 산업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 기반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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