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추락할 때도 "매수하라"…국내 증권사, 매도 보고서 적은 이유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3.01.26 16:19
글자크기
코스피 추락할 때도 "매수하라"…국내 증권사, 매도 보고서 적은 이유


지난해 고강도 긴축과 금리인상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2900선에서 2200선까지 주저앉았다.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도 컸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에서 나온 '매도' 보고서는 단 6건에 그쳤다.

매수 일색인 보고서를 내는 게 국내 증권사들의 오랜 관행이다. 증권가 안팎에선 투자시장이 커지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투자의견을 내건 보고서들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26일 머니투데이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투자의견을 제시한 국내 증권사의 기업분석 보고서 1만4149개 중 매도 혹은 비중축소 의견을 보고서는 6건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의 약 0.04%다.

매도 의견이 제시된 보고서는 미래에셋증권의 제주항공 (10,820원 ▲50 +0.46%) 기업분석 보고서 3건과 DB금융투자의 카카오뱅크 (24,400원 ▼300 -1.21%) 기업분석 보고서 3건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제주항공이 현금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며 매도의견을 냈다. DB금융투자는 코스피 상장 이후 카카오뱅크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는 걸 이유를 들었다.



이 외에 국내 증권사에서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를 투자의견별로 나눠보면 △강력매수 68건 △매수 1만3294건 △중립 781건 등이다. 강력매수와 매수를 합치면 전체의 약 94.44%다. 투자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기업분석 보고서는 1891건이다.

자유롭게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외국계 증권사와는 반대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대부분의 외국계 증권사는 매도 의견을 내건 보고서의 비중을 높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LSA증권은 2021년 말 매도 의견 보고서의 비중은 19%였으나 지난해 말 25.7%로 늘어났다. 메릴린치증권(20.5%→23.6%), 모건스탠리(15.1%→17.8%), 노무라증권(7%→12.2%) 등도 비중을 늘렸다.

코스피 추락할 때도 "매수하라"…국내 증권사, 매도 보고서 적은 이유

국내 증권사들의 '어쩔 수 없는' 매수 보고서…"관행 바꿔야"
국내 증권사들이 매수에 편중된 보고서를 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5년간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 보고서 비중은 전체 1%도 채 되지 않는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숏(매도) 투자전략이 가능한 글로벌 주식시장과 다른 국내 시장 분위기, 기업과의 관계 등 때문에 쉽게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A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도 의견을 섣불리 냈다가 해당 기업으로의 탐방 기회 등이 없어질 수 있어 조심하는 편"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에선 숏보단 롱(매수) 포지션 투자자들이 많다는 걸 애널리스트들이 고려하는 편"이라고 했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 중 우량한 곳만 선별해 분석하기 때문에 매수 보고서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수는 각각 826개, 1611개인데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내고 분석한 기업수는 각각 393개, 647개다.

B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사에서 분석 보고서를 내는 기업은 향후 성장성이 보장돼 투자가치가 있는 곳들"이라며 "해당 기업들에 대한 기업분석을 주기적으로 하고 업데이트를 꾸준히 하고 있기에 매도 보고서가 적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권가 안팎에선 국내 증권사들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을 제대로 선별해 다양한 투자의견이 반영된 보고서들이 나온다면 국내 증권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증권사들이 단순한 마케팅성 매수 보고서가 아닌 애널리스트들의 냉철한 분석과 명확한 투자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내야 한다"며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시장에서 평가받는 보고서의 가치를 반영해 개별 애널리스트들의 성과평가를 진행하는데 국내 증권사도 이를 차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