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씻는 남편, 생활비도 無…부부관계 3년 거부했다고 이혼 제탓"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23.01.25 23:12
글자크기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남편의 부족한 위생 관념과 배려 없는 언행, 경제적 문제 등을 이유로 이혼을 고민하는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25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결혼 3년 차에 세 돌 된 아이가 있는 주부 A씨의 사연을 다뤘다.

A씨는 "남편과 저는 연애를 3개월 정도 한 뒤 아이가 생겨 결혼했다"며 "이상하게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쇼윈도 부부처럼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부관계가 3년 동안 전혀 없었다. 남편과 생활 습관, 성격 등 모든 게 전혀 맞지 않는다"며 "남편은 자신이 더럽게 쓰는 화장실에 물 한 번 뿌릴 줄 모르고, 늦게 들어와서 씻지도 않고 자니 발에 무좀이 가득하다. 집에서 손 하나 까딱 안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매사에 자격지심, 비꼬기, 욱하기가 생활화돼 있는 사람"이라며 "심지어 남편은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 그동안 모두 제가 벌어서 감당했고 모든 생활비를 제가 부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혼하겠다고 하니 남편이 돌연 아이를 걸고넘어진다"며 "성관계를 거부하면서 아내로서 역할을 안 한 제 잘못이 크기 때문에 아이를 자기가 키우겠다고 한다"고 했다.


상담에 나선 김아영 변호사는 민법에서 규정한 부부간의 동거·부양·협조의 의무를 언급하며 "서로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본인의 의사로만 각방을 쓴다면 동거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상대방이 질병이 있다거나, 건강상의 이유가 있다거나 타당한 이유 없이 한쪽의 의사만으로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부부관계를 거부했다면 혼인 파탄의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설령 부부라고 하더라도 일방이 요구한다고 해도 성관계를 반드시 맺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부부 사이에 갈등 관계가 있었고 모욕적인 발언은 없었는지,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남편과 부부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내분을 유책 배우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민법에서 규정한 공동생활 비용 부담의 의무를 거론하며 "남편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아내가 경제적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것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오히려 남편에게 유책 사유가 있다"고 말했다.

양육권에 대해서도 "아내가 주 양육을 하고 계신 측면이 있기 때문에 양육권을 주장하는 데도 특별히 불리한 점은 없다고 보인다"고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