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지청 출석 장면을 보던 검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1년 뒤면 잊힐지도 모르는 야당 대표 소환이 앞으로의 형사사법체계를 좌우할 헌법재판소 판단보다 주목받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2022년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해였다.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며 직을 던진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수사·기소 분리, 검찰 직접 수사권 축소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됐다. 같은해 6월 법무부와 검찰이 검수완박 법안은 위헌이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9월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열릴 때까지만 해도 검수완박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법무부와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이 위장탈당, 회기쪼개기 등 위헌적 절차로 통과됐으며 내용 역시 수사 공백을 초래하고 검찰 공소기능을 저해하는 등 헌법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헌재가 이번에 단호한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이같은 법 개정이 얼마든지 되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헌재는 과거 야당의원들에게 개의일시를 통지하지 않고 본회의를 개의해 법률안을 가결한 이른바 '날치기 통과' 관련 권한쟁의심판에서 절차상 하자를 인정하면서도 법률이 위헌이거나 무효라고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같은 헌재의 애매한 판단때문에 날치기 법안 통과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검수완박 국면에 목소리를 냈던 한 검사는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차치하고 법이 만들어진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는 법조인들과 시민단체, 학계도 동의하고 있다"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수의 정치세력이 의석수만 믿고 헌법상의 권한 체계를 흐트러놓거나 박탈해버린 상황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기초가 되는 단호한 판단이 내려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헌재가 주저하거나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판단을 내린다면 다른 국가기관 상대로 똑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라며 "법원완박, 경찰완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지난해 9월 공개변론에 직접 출석하면서 "대한민국 헌법의 수호자인 헌법재판소가 '이건 선을 넘은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언해 달라"고 호소했다. 70년 형사사법체계를 흔들어 놓은 검수완박의 위헌 여부는 이르면 다음달 판가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