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따라 나 전 의원의 출마 시 3인 이상의 다자대결로 진행 될 것으로 보였던 전당대회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나 전 의원을 꺾고 최근 여당 지지층 대상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김기현 의원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불리며 추격 중인 안철수 의원 간 양자 대결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나 전 의원을 지지하던 당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나 전 의원이 특정 주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어느 한쪽이 나 전 의원 지지층을 100% 흡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누가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느냐에 따라 전당대회에서 승기를 잡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에 있어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며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나 전 의원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않는 이상 김 의원과 안 의원 중 누구에게 표심이 쏠릴지는 미지수다. 나 전 의원의 지지층이 수도권을 기반을 한다는 점과 윤심을 앞세운 김장 연대에 대한 반발 표심도 있다는 점에서 일부 안 의원 측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당내에 윤석열 정부 성공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친윤계를 중심으로 당이 화합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김 의원에게 표심이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이 교차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원로 정치인은 "표심이 어디로 이동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이번 투표가 당원 100%로 치뤄진다는 점에 주목하면 당원들은 대통령과 총선을 생각하고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 의원이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서 강조한 윤 정부의 성공과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고뇌에 찬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이번 결단은 지난 20여년간 오직 한길, 한마음으로 우리 당을 지킨 애당심을 바탕으로 총선 승리 및 윤석열 정부 성공이라는 국민 염원을 실천하려는 자기 희생으로 이해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나 전 대표는 당의 분열과 혼란을 막기 위한 선당후사와, 화합과 단결이라는 우리 당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셨다"며 "갈등과 분열을 넘어 연대하고 포용하는 화합의 정신이 절실하다"고 말해 자신이 내세우는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와 접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이어 "지난 20여년 간 우리 당을 지키고 함께 동고동락해 온 나 전 대표와 함께 손에 손잡고 멋진 화합을 이루도록 하겠다"며 "당원들이 하나로 되는 전당대회를 통해 연포탕을 잘 만들어 총선 압승의 발판을 만들겠다"고 해 나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 의원 측에서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부각하며 표심 모으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원장으로서의 국정 정책을 설계한 이력과 친윤 일색 지도부를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내세울 전망이다.
안 의원은 이날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페이스북에 "나 전 의원이 밝힌 낯선 당의 모습에 저도 당황스럽다"며 "출마했다면 당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고 전당대회에서 국민 관심도 더 모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 전 의원과 만날 계획에 대해 "지금은 마음이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한번 만나뵙고 싶다"고 나 전 의원에게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