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슈퍼 을' 된 K배터리…車 메이저들 "한국산 주세요"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3.01.25 13:40
글자크기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법인 '얼티움셀즈' 합작 법인의 미국 오하이오 제1공장 건설 공사 사진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법인 '얼티움셀즈' 합작 법인의 미국 오하이오 제1공장 건설 공사 사진


국내 배터리 회사와의 파트너십에 균열이 감지된 해외 완성차 기업들이 다른 국내 업체에 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K배터리의 대안으로 또 다른 K배터리를 고심하는 셈이다.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슈퍼 을(乙)'로 떠오르면서 전기차 시장에서의 입지도 한층 강화될 조짐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사(JV) 얼티엄셀즈 4공장 투자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삼성SDI에 신규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삼성SDI는 GM에 납품한 전례가 없고 GM이 선호하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양산하지도 않지만, GM이 각형으로의 폼팩터 변화까지 각오하며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제안은 LG에너지솔루션이 얼티엄셀즈 4공장 투자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게 원인으로 꼽힌다. 양사는 얼티엄셀즈 1~3공장 설립에는 합의했으나 4공장 설립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GM은 안정적인 배터리 조달을 위해 4공장 설립이 절실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특정 고객사에 신규 투자가 집중된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장고를 거듭했다.



4공장 합작이 무위로 돌아갈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GM은 다른 배터리 회사들에 신규 JV 설립을 제안했고, 삼성SDI에 가장 강력하게 어필했다. 원통형·각형만 생산하는 삼성SDI에 맞춰 탑재하는 배터리 타입 변화까지 계획할 정도였다.

GM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해주길 바란 얼티엄셀즈 4공장은 북미 수요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치·외교적 걸림돌이 많은 중국업체나, 자국 완성차와 테슬라 대응에도 벅찬 일본 파나소닉은 대안이 될 수 없었다.

포드도 비슷한 이유로 GM과 마찬가지 전략을 취하는 모습이다. SK온 등과 추진하던 JV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LG에너지솔루션에 손을 내밀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포괄적인 협력 논의가 진행 중이다. 북미가 아닌 유럽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협력도 가능했지만, 고출력을 요구하는 상용차 배터리 생산 계획을 세우고 있어 국내 기업을 우선시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K배터리를 찾는 완성차업체 수는 점차 느는 추세다. 한국과 달리 배터리보다 완성차 기업 수가 많은 일본의 토요타·혼다 등이 잇따라 K배터리에 러브콜을 보낸다. K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적극적인 내재화 전략을 추진하던 유럽에서도 한계를 통감하며 오히려 국내 기업 의존도가 점차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구매자(고객사)가 주도권을 쥔 바이어스 마켓이 아니라, 판매자가 협상의 우위를 점한 셀러스 마켓"이라면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은 각각 진행하고 있는 포드·GM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상태기 때문에 유리한 조건의 JV를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주요 배터리 회사들은 각사의 전략에 발맞춘 선별 수주·납품이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논의하던 일부 프로젝트가 불발돼도 사업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 "배터리 수급을 걱정하는 완성차 회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과 다름없으며, 지금과 같은 기조는 2030년 전후까지 지속돼 한동안 국내 배터리 회사의 시장 지배력이 강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기대를 못 미친 프리 IPO 성적과 저조한 수율이 문제시되던 상황에서 포드와의 터키 JV가 결렬 위기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위기론이 점화됐던 SK온에 대한 전망도 비교적 낙관적이다. 후발주자인 까닭에 뒤늦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SK온을 두고 업계에서는 자금·수율 문제만 해결한다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과 마찬가지로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시장에서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포드와의 JV 유예로 3조~4조원의 투자 재배분이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이차전지 시장이 판매자 중심으로 전환되는 만큼 수주 계약은 점점 유리해지고, 메탈·환율 외에도 전력·인건비 등을 판가 계약에 연동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익성 확대가 점쳐진다"고 분석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