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전 의원은 이날 당사에 들어선 직후 약 1000자 분량의 불출마 선언문을 낭독했다. 녹색 정장을 입고 굳은 얼굴로 마이크 앞에 선 나 전 의원은 "어떤 시련 앞에서도 저는 한 번도 숨지 않았고 그런 저에게 오늘 이 정치 현실은 무척 낯설다"며 "지난 20여일 과연 내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계가 당 목소리를 대변하는 현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오늘 저희 물러남이 우리 모두의 앞날을 비출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나아감이라 생각한다"며 "저는 역사를 믿고 국민을 믿는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저의 진심, 진정성은 어디서든 변치 않는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마지막으로 제 간곡한 호소를 남긴다"며 "정말 어렵게 이뤄낸 정권교체다. 민생을 되찾고 법치를 회복하고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이 소중한 기회를 결코 헛되이 흘러 보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당은 곧 자유민주주의 정치의 뿌리다. 포용과 존중을 절대 포기하지 마시라"며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 건강한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을 기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솔로몬 재판'을 언급하며 당을 에둘러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불출마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을 묻는 질문에 "결국 저의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고, 극도로 혼란스럽고 국민들께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라며 "출마 결정은 쉬웠을지 몰라도 불출마 결정은 저에게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다.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당내 초선 의원들이 자신에 대한 비판 성명서를 낸 것과 관련해서는 "초선 의원들의 처지는 이해한다"는 짧은 답변을 내놨다.
또 사의를 표명한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에 대해서는 재차 억울함을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은 비상근이고 기후환경대사는 무보수 명예직"이라며 "우리 당내에서 장관급이라고 얘기하시는데, 비상근 무보수 명예직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다른 직을 겸할 수 있었고 그래서 당원으로서의 역할을 같이 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당대표 후보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힐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나 전 의원은 관련 질문을 받고 "불출마 결정에 있어서 어떤 후보나 다른 세력의 요구나 압박에 의해 결정한 건 아니다"라며 "저는 제 스스로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정했고 앞으로 전당대회에 있어서 제가 어떠한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흔들리지 않는 당당한 어투로 질의응답까지 마친 나 전 의원은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은 일부 지지자들은 나 전 의원을 향해 "힘내라" "나경원이 승리한 것"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