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잔한 화제속에 방송 중인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이현정, 연출 조영민)를 두고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다.
이혁진 작가의 동명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사랑의 이해’는 은행의 한 지점에서 함께 일하는 남녀 간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로맨스라고만 보기에는 굉장히 심오한 이 시대의 사회상이 담겨있다. 대사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아!” 하고 탄식하며 깨달음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다. 폐부를 쿡 찌르는 촌철살인도 있다.
두 남녀 주인공도 그랬다. 강남 8학군 출신에 대졸 공채 수석으로 입사한 하상수(유연석)와 통영에서 온 고졸 출신 서비스 직군인 안수영(문가영). 서로는 서로에게 마음은 있지만, 집안 사정 등 이런저런 이유로 주저했다. 단정하고 참 괜찮은 두 은행원이 열심히 사는 현실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리고 있는데, 곱씹을수록 자본주의 계층사회의 실상을 꼬집는 것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냉정한 현실에 가슴이 아리고 처연해진다.

“남녀관계에서 제일 무서운 거, 설렘? 아니거든! 그건 도덕성을 이기기 어려워요. 제일 무서운 게 안쓰러운 거다, 연민, 절대로 외면하지 못하게 만드는 감정!”
앞서서도 하상수가 안수영에게 끌리기 시작한 게 연민이었다는 단서가 있었다. “안수영이 왜 좋았냐”는 소경필의 질문에 하상수는 안수영이 힘들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모습이 신경 쓰여서라고 자신의 감정을 돌려 말했다. 애쓰고 있는 모습이 자신을 보는 듯하다는 설명도 했다. 결국은 안쓰러움이고, 연민이다.
이러한 감정을 찬찬히 깨닫고 쫓아가는 게 ‘사랑의 이해’의 매력이다. 아프지만 진짜 같은 이야기가 슬프지만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배우들이 가만히 그리고 담담히 표현하지만, 수없이 고민하며 가슴 속 요동을 진정시키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남다른 무게감을 키워온 유연석의 존재감과 로코의 발랄함을 넘어 이제는 멜로의 애절함을 담아낼 수 있게 된 문가영의 가능성도 확인하게 된다.
어찌 보면 답답하기도 하다. 통쾌한 스토리를 해도 모자를 치열한 안방극장에서 주저주저하는 지리멸렬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으니 시청률이 지지부진할 만하다. 그러나 시청률 등 수치로만 작품을 평가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웰메이드 수작이다. 배우들의 연기부터 드라마의 완성도까지 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물론 시청률로 배우나 작품을 폄훼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주연 배우들의 스타성이 아쉽다거나 드라마 전개가 “노답”이라고 들먹일 수도 있다. 그러는 바람에 배우들이나 제작진이 상처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드디어 하상수가 안수영을 향한 마음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10회 엔딩에서 “안 되겠어요”라면서 안수영에게 입을 맞췄다. 내내 기어를 중립에 둔 채 머뭇거리던 하상수가 마음에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했으니 시청률도 반등을 노릴 수 있을지 모른다.
연민으로 시작한 사랑의 감정이 다다를 종착지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이 고조된다. 부디 차곡차곡 섬세하게 쌓은 감정들이 아름답게 결실을 이루길 마음 졸이게 된다. 사실 현실 멜로인 만큼 해피엔딩이 아니면 어쩌지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시린 가슴을 부여잡게 되는 슬픈 결말일지라도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기대하게 된다.
냉정한 현실에서도 꿋꿋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소개한 ‘사랑의 이해’가 만들어준 믿음이다. 그러고 보면 ‘사랑의 이해’는 아파도 씩씩하게 이겨낼 그들을 위한 연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