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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기억 없다는 범죄자…"감형 폐지로 충분" vs "가중처벌 해야"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3.01.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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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기억 없다는 범죄자…"감형 폐지로 충분" vs "가중처벌 해야"




술 마시고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감형해주는 '주취 감형' 폐지를 넘어 처벌을 높이자는 취지다. 주취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과 '입법 남용'이란 목소리가 동시에 존재한다.

25일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5대 강력범죄(살인·강간·강도·폭력·절도) 230만 7017건 가운데 23.8%(54만9500건)이 피의자가 음주 상태일 때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살인(32.3%), 강간·강제추행(32.32%), 절도(23.81%)의 주취범죄 비율이 높았다.

현행법상 범행 당시 주취 상태였다면 감형을 받을 수 있다. 형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은 심신장애로 사물 변별 능력이 없거나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 일명 '주취감형'(주취감경)으로 불리는 해당 조항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에서 적용되며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쥐여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서 조두순은 2008년 12월 경기 안산의 한 교회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조두순에게 주취감형을 적용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두순이 범행 당시 만취 상태였던 점을 감안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한 형법 10조 2항과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고 규정한 같은 법 55조 1항 3호를 적용, 형량을 감경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폐지 논란이 불거진 주취감형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다. 국회는 2018년 형법 제10조 제2항을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로 개정했다. 기존의 필요적 감경 조항을 임의적 감경 조항으로 변경한 것이다.

최근에는 주취감형 폐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취범죄를 가중처벌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국회에 술에 취한 상태에서 형법상의 모든 죄를 범했을 때 심신장애로 형을 감면하지 않고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의 2배까지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취범죄에 대한 가중처벌은 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중처벌이 주취범죄에 경각심을 줄 수는 있지만 입법 남용이라는 지적이다. 술을 마시고 의식이 사라진 '블랙아웃'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까지 가중처벌한다면 법의 책임주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음주가 범죄의 핑계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예견가능성이 있거나 범죄의 동기를 강화하기 위해 술을 마셨다면 가중처벌할 수 있겠지만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기에 무조건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주취감형을 반대하지만 가중처벌은 과하다"라며 "과거 주취범죄에 관대한 시선이 있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사회적인 인식이 변해 주취감형의 필요성이 없어졌다. 그런데도 모든 주취범죄를 가중처벌하려는 것은 경각심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입법 남용"이라고 했다.

반면 일선 치안 현장에서는 주취범죄에 대한 가중처벌을 찬성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의 한 일선서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주취범죄는 맨정신에 저지르는 범죄보다 강도가 훨씬 세서 피해가 큰 경우가 많고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며 "주취범죄가 한 번 이상 이어진다면 가중처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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