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만 때려잡는 중처법..대표이사 대상 8개월씩 장기수사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3.01.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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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1년동안 수사 및 기소사건을 분석한 결과 수사 기간이 장기화되고 수사 대상은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법률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안전책임자가 있음에도 대표이사만 수사 및 기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료제공=경총/자료제공=경총


경총은 25일 '중처법 수사 및 기소 사건을 통해 본 법률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수사기관(노동청·검찰)이 경영책임자를 중처법 위반으로 기소하는데 걸린 기간은 평균 237일로 나타났다. 노동청에서 평균 93일, 검찰에서 평균 144일이 소요됐다.



이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에 대해 경총은 중처법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대표이사)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피의자를 특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수사범위가 넓은데다가 사건이 누적되고 있고 검찰의 수사지휘가 증가하는 것 등도 이유로 꼽혔다.
자료제공=경총자료제공=경총
지난해 말까지 중처법 위반 피의자로 입건(82건) 및 기소(11건)된 대상은 모두 대표이사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노동청과 검찰은 CSO(최고안전보건책임자)를 선임한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CSO를 경영책임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총은 "법률상 경영책임자 개념과 범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고용부와 검찰이 '대표이사에 준하는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자만 경영책임자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수사기관이 형사처벌의 대상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이 중처법 위반으로 기소한 경영책임자의 기업규모는 대부분 중소기업 및 중소건설사였다. 중처법이 시행된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적·재정적 여력이 부족해 법적 의무를 완벽히 준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사고발생 시 처벌을 면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의미다.

경총은 검찰 내부 및 법무부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중처법 위헌논란이 일고 있어, 향후 법원판단도 예측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중처법 사건 재판 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접수된 경우가 있다. 검찰 내부 및 법무부 연구결과에서도 위헌성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경총은 "중처법 시행에 따른 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법률 개정(보완입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처법을 산업안전보건법과 일원화시켜야 하며,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면 기업인들에게 가장 부담을 주는 형사처벌 규정의 삭제를 최우선적으로 검토·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중처법 이행주체 및 의무내용(원청의 책임범위 포함)을 명확히 하고, 내년부터 법이 적용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적용 시기를 추가로 유예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현재까지의 중처법 수사 및 기소사건을 보면 법을 집행하는 정부당국에서도 법 적용 및 범죄혐의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법 제정 당시 경영계가 끊임없이 문제 제기하였던 법률의 모호성과 형사처벌의 과도성에 따른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중처법 시행 1년이 되었음에도 산업현장의 사망재해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형벌만능주의 입법의 폐단으로,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법 적용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처법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며 "산업현장의 안전역량을 지속적으로 육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지원법 제정을 정부가 적극 검토, 추진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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