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명절 처음" 제주공항에 돗자리 깐 승객들…폭설에 고립

머니투데이 제주=박상곤 기자, 김성진 기자 2023.01.2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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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8시 제주공항 3층 출발층. 한 이용객이 항공편 전편 결항을 안내하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사진=박상곤 기자24일 오전 8시 제주공항 3층 출발층. 한 이용객이 항공편 전편 결항을 안내하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사진=박상곤 기자


"20년 동안 제주도를 오갔는데 명절날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24일 제주공항 3층에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은 40대 남성 A씨는 머니투데이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설을 맞아 가족과 함께 고향인 제주를 찾았다가 폭설과 강풍에 따른 항공기 결항 소식을 듣고 이날 새벽 4시부터 공항을 찾았다.

A씨는 "내일부터 출근해야 하고 26일부터는 아이 학교가 개학한다"며 "혹시라도 날씨가 풀리거나 여분 표가 생기면 바로 떠날 수 있게 밤까지는 공항에 있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 저녁 결항 소식을 문자로만 전달받았다"며 "대체 항공편 안내가 충분히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출발하는 항공편과 배편이 이날 폭설과 강풍으로 대거 결항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대체 항공편을 알아보거나 일정을 변경하려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공항으로 몰렸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항공사 응대가 정식으로 시작된 오전 7시 전부터 공항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혹시라도 항공편을 구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공항을 찾은 사람들은 바닥에 앉아 챙겨온 짐에 기댄 상태로 항공사 직원들을 기다렸다. 결항 승객을 위한 카운터가 열리자 항공사별로 줄을 길게 늘어섰고 항공사 직원의 안내와 시민들의 고성이 곳곳에서 오갔다.



제주지방항공청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제주공항을 오가는 항공기 467편은 모두 결항됐다. 이날 제주공항에서 출발 예정이었던 승객 4만3000명이 모두 발이 묶였다.

24일 오전 6시 제주공항의 모습. 항공사 카운터 앞으로 결항 공지를 받은 승객들이 줄지어 서있다./사진=박상곤 기자24일 오전 6시 제주공항의 모습. 항공사 카운터 앞으로 결항 공지를 받은 승객들이 줄지어 서있다./사진=박상곤 기자
부친의 팔순을 맞아 가족여행을 온 B씨는 "내일 출발하는 대체 항공편은 일단 구했지만 10명이 넘는 가족들이 머무를 숙소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버스를 운전하는 B씨는 "당장 내일부터 근무에 들어가야 하는데 대체자가 구해질지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그나마 도착지가 서울 김포공항인 사람들은 상황이 낫다. 항공사마다 긴급 편성, 제공하는 대체 항공편 대부분이 서울 김포행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항공사들이 결항 이용객들을 위해 편성한 25일 대체 항공편은 모두 12편으로 아시아나항공 8편, 에어부산 2편, 티웨이항공 2편이다. 이 중 김해공항행 에어부산 1편과 대구공항행 티웨이항공 1편을 제외하면 모두 김포공항과 인천공항행 노선이다.


충북 청주에서 제주를 찾은 50대 남성 C씨는 "청주로 가는 대체 항공편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27일 금요일까지 모든 항공편이 매진이라 제주에 눌러앉게 생겼다"고 전했다.

결항 안내를 받고 공항을 찾은 이용객들은 항공사들의 뒷북 공지를 지적했다. B씨는 "어제 저녁이 다 돼서야 결항 소식을 알았다"며 "대비할 수 있는 시간도 없어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C씨도 "조금이라도 일찍 말해줬으면 어제 저녁이라도 공항을 찾았을텐데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밝혔다.

악천후가 이어지면서 뱃길도 막힌 상황이다. 이날 제주 연안에는 물결이 2~4m, 최대 5m 이상의 높은 파도가 일면서 제주와 육지를 잇는 배 11편이 모두 결항된 상태다.

제주에는 지난 23일 밤부터 25일까지 산지 최대 70cm, 산지를 제외한 곳은 5~20cm가량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일부 지역 한파·강풍 특보도 발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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