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신화' 제주맥주, 스톡옵션에도 떨떠름한 이유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3.01.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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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 행사가, 현 주가보다 비싸고 시세도 공모가 절반 이하 수준… 차별화 필요

제주 에일 시리즈 3종/사진= 제주맥주제주 에일 시리즈 3종/사진= 제주맥주


수제맥주 회사 중 처음으로 코스닥시장 입성에 성공한 제주맥주 (1,406원 ▲6 +0.43%)가 최근 임직원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했다. 스톡옵션은 임직원에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회사 주식을 미리 정해준 가격(행사가)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성장기 회사의 경우 주가가 장기적으로 오르면서 시세보다 낮은 주식을 가격에 매입해 차익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제주맥주 내부에선 스톡옵션 부여에도 시큰둥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매수 행사가격이 현재 시세보다 되레 비싸서다. 이는 최근 주가가 하락한 때문인데 근본적 원인은 수제맥주 성장세 둔화다. 지난해 매출이 줄고 영업적자가 지속된 제주맥주에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지난 18일 임직원 28명에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스톡옵션 행사 기간은 2026년 1월19일부터 2030년 1월18일까지다. 행사가격은 1600원이다. 스톡옵션 부여 당일 종가인 1380원보다 약 16%나 높다. 가격 인상 가능성이 언급되며 가격이 오른 지난 20일 종가 1530원보다도 5%가량 비싸다.

현재 제주맥주의 주가는 현재 공모가 3200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다. 상장일인 2021년 5월26일 6040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토막 수준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상법상 최근 3개월 평균 가격으로 스톡옵션 행사 가격을 정하게 돼 있는데 근래 주가가 더 하락하면서 행사가격이 더 비싸지게 됐다"면서 "스톡옵션 부여는 핵심 인력의 동기 부여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하락은 흑자전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등 긍정적 성과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제주맥주의 누적 매출액은 19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7% 줄고 영업적자는 71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된 점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수제맥주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2020년 381.4%, 2021년 234.1%로 세 자릿수를 기록하다 지난해엔 76.6%로 증가폭이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가정 시장 내 수요가 줄어든데다 이름만 바꿔 나오는 잦은 협업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커진 때문이다. 협업 제품으로 오히려 수제맥주 업체들의 자사 브랜드 인지도는 떨어지는 문제도 불거졌다. 또 수제맥주 열풍의 기반이 된 편의점과 수익을 나누다보니 수제맥주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계도 드러났다.

수제맥주업계는 무분별한 출시보단 차별화된 기존 상품에 영업력을 쏟아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제품군 확장을 최소화하고 스테디셀러인 오리지널 제품 '제주 위트 에일'에 집중해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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