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절을 맞은 중국 산시성 어린이들. / 사진 = 산시성 도서관](https://orgthumb.mt.co.kr/06/2023/01/2023012013252065901_1.jpg)
![[중대한 이야기]"세뱃돈 봉투만 10억개" 큰손 中 MZ…한국제품은 안 산다?](https://orgthumb.mt.co.kr/06/2023/01/2023012013252065901_2.jpg)
베이징에 거주하는 쉬모씨(17)는 21일부터 7일간 계속되는 춘절 연휴에 최신형 TV를 구매하기로 계획했다. 쉬씨가 직접 구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이 쉬씨의 선호를 묻기 때문에 실질적인 구매 결정권은 쉬씨에게 있다. 쉬씨 친구들 사이에도 춘절 연휴 기간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 쉬씨는 "중국에서 춘절이나 솽스이(광군제)가 오면 새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매장이 인산인해"라며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원하는 제품을 사는 경향이 높다"라고 말했다.
중국 3대 소비제, 한국 브랜드는 쏙 빠졌다…놓치고 있던 이웃 나라의 '수십조원 시장'
![/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https://orgthumb.mt.co.kr/06/2023/01/2023012013252065901_3.jpg)
중국 내에서 명절과 돈이 불가분의 관계이다 보니 명절은 중국 내수 시장의 '대목'으로 꼽힌다. 솽스이와 류야오빠(618·중국 쇼핑몰 징동닷컴의 소비 축제)와 함께 춘절이 중국 3대 소비제로 자리매김할 정도다.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PC 등 평소에 구매를 꺼려 왔던 디지털 제품의 구매 증가폭이 제일 높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할인 폭이 큰 명절을 벼르다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10일 연휴를 앞두고 소매 소비가 중국 전역에서 20%나 늘었다.
이 때 구매결정권은 자녀들이 갖는 경우가 많다. 중국 특유의 1자녀 문화가 낳은 독특한 가정 구조 탓이다. 중국 대표 기업 텐센트가 00년생 2590명과 부모세대 2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비 과정에서 48%의 부모가 제품 구매 전 자녀의 의견을 청취하며, 3분의 1이상의 링링허우가 소비 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지갑은 부모가 열지만, 선택은 자녀들이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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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3대 소비제에서 대부분의 현지 마케팅은 이른바 'MZ세대'에 집중된다. 다른 국가가 구매력을 갖춘 40대 이상의 직장인을 주 타깃으로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더우인(틱톡)이나 티몰, 징동닷컴 등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은 SNS·온라인 쇼핑몰도 쥬링허우(90년대생)·링링허우 맞춤형 마케팅을 잇따라 내놓는다. 수백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왕훙(인플루언서)을 활용한 마케팅이 주류다.
하지만 한국 브랜드의 선호도는 높지 않다. 구매력과 결정권을 가진 링링허우가 K-콘텐츠에 익숙하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솽스이 행사 기간 가장 거래 실적이 많았던 가전·스마트폰·디지털 제품 부문에서 한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1% 내외다. 하이얼과 메이디, 샤오티엔이, TCL, 샤오미 등 토종 브랜드가 매출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2013년~2014년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브랜드가 점유율 1위를 독점했던 시기가 무색하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춘절이나 솽스이에는 디지털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낮다"라며 "애플같은 미국 기업이나 샤오미·TCL 등 현지 기업은 청년~아이 세대를 겨냥해 게임과 연동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왕훙, 인기 아이돌, 더우인을 활용한 마케팅을 내놓는데 한국 기업이 그런 방법을 택하는 경우는 본 적이 드물다"라고 말했다.
"K-드라마 안 보는 사람 없는데 왜 한국 제품은 안 쓰나"
![춘절을 맞아 가전 매장을 찾은 중국 소비자들. / 사진 = 독자제공](https://orgthumb.mt.co.kr/06/2023/01/2023012013252065901_4.jpg)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K-컨텐츠와 연계한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브랜드가 품질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만큼 젊은층 공략을 위해 다방면에서 '컨텐츠 협업'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중국 OTT 사이트 '비리비리' '유쿠' '텐센트비디오' 등에서는 항상 한국 브랜드가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더 글로리' '재벌집 막내아들' 등 한국 드라마의 불법 유통까지 자행될 정도다.
현지 가전 기업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 안 보는 아이들 없고, 한국 음악 안 듣는 학생들 없는데 한국 제품을 쓰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이상하다"라며 "한국 기업들은 문화적 영향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중국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