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비로소 보이는 청춘예찬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3.01.2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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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사진=MBC


웹툰작가 주호민은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게임을 하던 중 돌연 깨달음을 얻는다. "희민이(기안84)는 평소에도 좀비 아포칼립스처럼 살고 있네? 모든 게 이해되기 시작했어"라는 주호민의 깨달음은 평소 기안84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과 일치한다. 그런데 과연 기안84를 단순히 '기상천외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2016년 기안84가 처음 방송에서 자신의 삶을 공개했을 때 시청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방송을 위한 설정이 너무 과하다"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침착맨, 주호민, 김풍 등 그를 꾸준히 지켜본 주변 사람들은 그것이 기안84의 원래 모습이라고 전했다. 기안84의 가장 유명한 별명은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다. 그와 함께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노사연은 "기도 안 차서 기안84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기안84는 한결같다. 이시언, 유튜버 빠니보틀과 함께 남미 여행에 나선 기안84가 10박의 남미 여행을 준비한 짐은 한 벌의 여벌 옷과 속옷 3장, 양말 한 켤레가 전부다. 남미에 도착해서는 무드등의 기분을 내고 싶다며 돌연 전구에 꼬질꼬질한 양말을 씌우고 처음 가보는 아마존 안내원의 집에서도 본인 집인 것처럼 훌러덩 옷을 벗고 편하게 샤워한다.

기안84의 데뷔작 '노병가' /사진=네이버 웹툰기안84의 데뷔작 '노병가' /사진=네이버 웹툰


세상사에 무심하고 마이웨이만 걸어갈 것 같던 기안84도 어느덧 나이를 먹었다. 84년생 기안84는 올해 한국나이로 마흔 살이 됐다. 최근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기안84는 40대가 되는 것에 "덤덤할 줄 알았는데 솔직히 좀 싫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나이를 먹은 것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은 더 이상 청춘이 아니라는 점이 그를 서글프게 만든 것이다. 기안84는 "젊은이는 20~30대라고 이야기하고 40대는 4·0~50대에 들어가지 않냐"고 말했고 다른 출연진들의 깊은 공감을 샀다.

"청춘보다 좋은 건 없는 것 같다"고 외친 기안84는 실제로 청춘을 다룬 웹툰을 꾸준히 만들었다. 자신의 페르소나 우기명의 고교 생활과 대학 생활을 다룬 '패션왕'과 '복학왕'을 비롯해 의경 기동대 생활을 다룬 '노병가' 모두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최근작인 '회춘' 역시 '모든 사람들이 중년 이후 다시 회춘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이런 기안84의 모습은 청춘을 단순히 예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깊이 들어가면 남다른 통찰도 담겨있다. 초등학생들에게 "모두가 꿈꾸는 자리에 T.O.가 없어"라며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모습이나 치열하게 웹툰을 그려왔던 20대를 돌아보며 "세상 참 모순이야. 젊을 때는 즐기고 해야된다는데 젊을 때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즐겨버리면 나이 먹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라고 말하는 기안84의 모습은 그의 청춘이 어땠는지 짐작게 한다.


/사진=MBC/사진=MBC
40대가 된 기안84는 해돋이를 보기 위해 제부도로 향했다. "요즘 MZ들은 서해에서 일출을 봅니다"라는 기안84의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춘이고 싶은 기안84의 마음을 대변한다. 시청자들이 기안84의 기상천외한 행동에 공감을 나타내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우리의 청춘과 맞닿아 있기 때문은 아닐까.

허를 찌르는 발언과 기상천외한 행동은 여전하지만 기안84를 꾸준히 지켜본 시청자들은 그가 예전보다는 많이 성숙해졌다는 것은 동의한다. 주변의 비판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지만 누구보다도 의식하고 있다. 2021년 침착맨의 개인방송에 출연한 기안84는 시종일관 위축되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기안84의 의외성을 고려한 침착맨이 녹화방송으로 진행했지만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마냥 청춘을 예찬했던 기안84도 그렇게 점차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오는 6월부터 법적·사회적 나이가 '만 나이'로 통일된다. 40대에 접어들며 슬퍼했던 기안84는 다시 30대로 돌아간다. '어른'에 발을 담갔다 '청춘'으로 돌아온 기안84의 남은 청춘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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