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부 다이소 회장./사진=아성다이소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른 박 회장의 책 '천원을 경영하라'는 자서전과 경영전략서의 중간 쯤이다. 박 회장은 인생에서 성실하고 집요하게 균일가 유통사업의 본질을 파고 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유통업계 성공 신화로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어떻게 성공했는지 다루고 있다. 마침 지난해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난 박 회장이 직원들과 두 딸에게 남기는 '가이드 라인' 격이다.
무턱대고 열심히 해서 성공해라는 얘기는 아니다. 박 회장은 책의 서문에서 "열정에는 유효기간이 없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고 강조한다. 성공에 대해서도 박 회장은 "화려하게 주목받는 며칠이 아니"라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우리 젊은이들과 또 너무 늦은 나이로 불안해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도 전한다. 설날 명절을 맞아 많이 소개되지 않은 책의 일부 내용을 소개한다.
다이소는 사업초기부터 책정한 균일가 정책을 고수했다. 대다수 제품은 1000원이며, 최고가가 5000원을 넘지 않는다. 가격 단위는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으로 6가지다. 박 회장은 "가격 인상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라면서도 "균일가의 기본 가격을 인상하거나 일반 할인점으로 노선을 바꾸는 것은 설립 철학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이소로 바꾼 성급한 판단, 지금이라도 바꿔야 할까?"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박 회장이 운영해 온 회사 아성산업은 일본 투자사인 대창산업의 일본어 발음 '다이소'를 대표 브랜드로 쓰면서 일본 불매운동이나 반일 감정이 생길때마다 곤욕을 치렀다. 다이소의 전신인 균일가 판매점 아스코이븐프라자가 100호점을 돌파했을때 일본 대창산업에 4억엔(당시 39억원이라고 밝힘)을 투자받았다. 투자 이후 대창산업의 일본어 발음 '다이소'이자 브랜드로 이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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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지금 생각해보니 (이름을)다이소로 덜컥 변경한 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던 것 같다"며 "브랜드명이 이토록 오랜 기간 우리의 발목을 잡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익숙해진 이름을 바꾼다는 것도 쉽지 않다. 브랜드명을 바꿔야 할지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성장한 순수 토종기업이고, 투자자 배당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다이소 최대주주는 지분 50%를 보유한 국제 유통업체 아성에이치엠피(HMP)다. 대창산업은 3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지주회사인 아성이 아성에이치엠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는 박 회장과 두 딸이 소유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박 회장의 계획은 뼈아픈 교훈으로 남았다. 건설 시행사를 만들어 뛰어 들었지만 부동산 시장침체로 분양에 실패한 것이다. 박 회장은 "상가 건물은 아직도 미분양으로 남아 애를 먹이고 있다"며 "실패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한 눈 팔지 않고 우리만 할 수 있는 것,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이것이 내 좌우명"이라고 말했다.
"나는 아직도 고객이 두렵다"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선 재차 품질을 강조했다. 2020년 겨울 다이소 아기욕조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곤욕을 치렀을 때다. 다이소는 경찰의 제조사·납품업체 수사와 별개로 자체조사를 벌였다. 박 회장은 이른바 '다이소 아기욕조 사태'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며 "처음부터 올바르게 하는 것, 그것이 곧 예방임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깨닫는 순간"이라고 회고한다.
그는 제조 업체가 임의로 원료를 변경하는 것을 확인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털어놨다. 박 회장은 "불량이 났을때 잘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불량을 만들지 않는 것이 품질관리"라며 "사후 관리보다 선행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책의 말미에 '나는 아직도 고객이 두렵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