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판 IRA '탄소중립산업법'…韓기업에 좋을까 나쁠까?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3.01.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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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다보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럽연합(EU)이 유럽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인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을 추진한다. EU 내 친환경 산업 관련 공급망 투자와 클린테크 생산시설 확대를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유럽 내 생산설비가 있거나 투자를 진행 중인 한국 재생에너지 관련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8일(현지시간) 유럽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탄소중립산업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전날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 법을 처음 언급한 데 이어 두 번째 언급이다. 그는 "클린테크 산업 관련 규모를 빠르게 늘리고 좋은 산업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규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며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안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탄소중립산업법이 EU의 반도체법과 동일한 형태로 설계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EU 반도체법은 430억유로(약 59조원)를 투입해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현재 9%에서 2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법이다. 탄소중립산업법도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클린테크 생산시설에 대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미국 IRA 시행 여파로 친환경 산업 관련 투자가 미국으로 몰려 EU 역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EU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IRA의 일부 조항이 차별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에 수정을 요구해왔지만, 진척이 없자 비슷한 법안으로 응수했다. 인플레이션 완화, 친환경 산업 유치 등을 통해 EU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전문가들은 EU의 탄소중립산업법이 미국 IRA처럼 현지 생산공장을 보유한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U 탄소중립산업법은 풍력, 태양광, 그린수소, 히트펌프 등 그린산업 기업들의 설비 증설에 필요한 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직접 지원하는 내용을 담을 것"이라며 "이 법안도 IRA와 같이 역내 생산에 차별 지원하는 정책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낮은 원가를 무기 삼은 중국 기업들의 수출이 억제되고 EU에 직접 진출하는 기업들이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 중에선 유럽에 진출한 씨에스윈드, 세아윈드 등이 탄소중립산업법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씨에스윈드는 전체 매출액 중 유럽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21년 포르투갈 풍력타워·해상타워 하부구조물생산기업인 ASM사를 인수해 해상풍력타워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터키에도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대규모 증설을 완료했다. 특히 중국 풍력타워업체들이 유럽에서 반덤핑 판정을 받은 상태라 씨에스윈드의 경쟁력이 더 커진 상황이다.


㈜세아제강지주의 영국 생산법인 ㈜세아윈드도 해상풍력 발전용 기초 구조물인 모노파일을 제작하는 만큼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세아윈드는 2021년 말 글로벌 해상풍력발전시장 1위 기업 덴마크 오스테드로부터 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 사업인 '혼시3(Hornsea3) 프로젝트'에 공급될 대규모 모노파일을 수주했다.

EU가 역내 기업에 차별적인 지원을 할 경우 국내 기업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EU가 미국 IRA에 차별적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던 것으로 비춰봤을 때 미국만큼 차별적인 법안을 만들 것 같진 않다"면서도 "역내 기업에 혜택을 주면 국내에서 EU로 수출되는 물량들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생산, 수출하던 기업들이 EU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 현지 생산을 늘리면 국내 생산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정부의 세수 등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되는 숙제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무역협회는 법안이 유럽의회에서 통과되는 데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시행되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의견 수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의견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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