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도전해 봐야죠" 선두 15연승 저지한 신한은행 '반전 드라마' [현장]

스타뉴스 인천=김명석 기자 2023.01.1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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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한은행 구나단 감독이 팀 공격 성공 이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WKBL인천 신한은행 구나단 감독이 팀 공격 성공 이후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WKBL


"모든 걸 갖춘 팀이잖아요. 그래도 뭐든지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 구나단 감독의 아산 우리은행전 출사표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 건 맞지만, 그래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는 "우리은행은 워낙 강하고 스피드도 있고, 리바운드도 된다"며 "그래도 뭐든지 도전하고, 또 해보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압도적인 '1강'이었다. 시즌 성적은 17승 1패, 승률은 94.4%에 달했고 최근엔 무려 14연승을 달렸다. 두 달 넘게 패배를 모르고 정규리그 정상을 향해 달리는 팀이었다. 신한은행은 반면 이날 경기 전까지 8승 9패였다. 이번 시즌 성적이 보여주듯 두 팀의 전력에선 차이가 있었다.

설상가상 이날 신한은행은 전력에도 변화가 있었다. 구나단 감독은 "독감 걸린 선수들이 있고 몸 상태가 안 좋은 선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몸상태가 안 좋은 유승희는 4kg 정도 체중이 감량했다. 이날도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상대 기세에 그대로 15연승의 제물이 될 생각은 없었다. 신한은행은 김소니아 구슬 등 주축 선수들에 어린 선수들을 더해 반전을 노렸다. 구나단 감독도 "오늘은 어린 선수들을 뛰게 할 것이다. 로테이션을 다양하게 준비했다"며 반전을 노렸다.

인천 신한은행 김진영(오른쪽)이 18일 아산 우리은행전에서 3점슛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WKBL인천 신한은행 김진영(오른쪽)이 18일 아산 우리은행전에서 3점슛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WKBL
압도적인 선두 우리은행을 향한 신한은행의 도전 의지는 경기 초반부터 뜨거운 기세로 이어졌다. 1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홈경기. 신한은행은 외곽포를 앞세워 1쿼터 초반부터 빠르게 격차를 벌려갔다. 1쿼터 한때 13-1까지 격차를 벌리며 기선을 제압한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의 추격이 이어질 때마다 3점포로 응수했다. 1쿼터에만 신한은행은 3점슛 9개를 던져 무려 6개를 성공시켰다. 김소니아 김진영이 2개씩 성공시켰고, 구슬과 한채진도 1개씩 보탰다.

한때 21점차까지 리드를 잡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신한은행은 이후에도 집중력을 유지했다. 우리은행의 맹추격이 이어지던 3쿼터에도 외곽포가 불을 뿜었다. 우리은행이 점수차를 좁히기 위해 애를 쓸 때마다 김진영 이경은 구슬의 3점슛이 연이어 림을 깨끗하게 통과했다. 두 팀의 격차가 좁혀질 듯 좁혀지지 않은 것도 신한은행의 자신감 넘친 공격 덕분이었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우리은행이 선두팀답게 쉽게 무너지지 않으면서 4쿼터 막판 반격의 불씨를 지폈다. 실제 21점 차까지 벌어졌던 두 팀의 격차는 4쿼터 중반 한때 74-74 동점을 이뤘다. 그러나 이날 신한은행의 집중력은 15연승에 도전하던 우리은행보다 더 높았다. 이경은이 다시 균형을 깨트린 뒤, 상대 턴오버를 틈타 3점포까지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경기는 신한은행의 81-78 승리로 막을 내렸다. 15연승에 도전하던 우리은행의 기세를 신한은행이 꺾는 순간이었다.

구나단 감독은 경기 후 "너무 좋다. 너무 좋은데 마지막 4쿼터 초반 5분을 잘 못 버텼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해서 이겨서 좋은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날 30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김진영에 대해서는 "초반엔 우리 팀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해를 잘못하고, 콘셉트를 잘 몰랐지만 점점 성장해 나가는 것 같다. 너무 잘해줘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며 박수를 보냈다.

선두 우리은행의 15연승을 저지한 뒤 기뻐하고 있는 인천 신한은행 선수들. /사진=WKBL선두 우리은행의 15연승을 저지한 뒤 기뻐하고 있는 인천 신한은행 선수들. /사진=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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