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범죄 피해자 A씨가 지난해 12월 사기 피해를 복구해주겠다는 2차 사기꾼 D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사진=독자 제공
2차 사기 수법은 해마다 변한다. 단순히 금전적 요구를 넘어 개인정보나 성 착취물을 요구하기도 한다. 인천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 12월 랜덤채팅 앱에서 환전 사기를 당해 4600만원을 손해 본 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온라인상에서 "사기 피해금을 환불해준다"는 업자 B씨를 찾았다.
사기 범죄 피해자 A씨가 지난해 12월19일 사기 피해를 복구해주겠다는 2차 사기꾼 B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사진=독자 제공
C씨는 "피해 복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며 착수금으로 30만원, 성공 보수로 돌려받은 금액의 7%를 요구했다. C씨는 "어차피 경찰에 신고해도 사기꾼이 잡히고 돈을 돌려받을 확률이 낮으니 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을 정지하는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자의 입장에선 2차 사기로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거나 더 큰 피해를 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사기 피해금을 돌려받기 힘든 현실이 2차 사기를 부추긴다고 봤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당한 경우에만 사기 이용 계좌의 지급정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유형의 사기를 당한 경우 계좌 동결에 시간이 오래 걸려 피해금을 환급받을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것이다.
또 온라인상에서 일어난 사기 범죄의 경우에는 범인을 잡기가 쉽지 않아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해 돈을 찾는 경우도 극소수에 불과해 2차 사기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통장 협박'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은행에 사기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상준 변호사(법무법인 대건)는 "2차 사기를 비롯해 사기 범죄 피해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계좌 지급정지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보이스피싱 외 다른 사기 범죄에 사용된 계좌에 대해서는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없고 은행도 성의 없이 대처하는 경우가 있어 피해가 늘어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