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효성화학 회사채 주문 '0' 굴욕…우량채에만 뭉칫돈 몰린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3.01.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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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올해 첫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효성화학 (56,700원 ▲300 +0.53%)이 '전량 미매각'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회사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현실화됐다. 이번주 연달아 수요예측이 예정된 비우량 등급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18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전날 효성화학(A)은 12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참여한 기관이 전무했다. 같은날 동종업계 LG화학 (373,500원 ▲500 +0.13%)(AA+)에 3조8000억원 이상 주문이 몰린 것과 상반된 결과다.



새해 들어서만 AA등급 이상 회사채 발행에 20조원 이상이 몰리며 채권시장이 반등하는 신호를 보였지만 우량채에 한해서였다는 게 수치로 드러났다. 지난해 4분기 강원도 레고랜드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악몽이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최근 수요예측을 실시한 호텔롯데는 비우량 등급이 아님에도 올해 수요예측에서 처음으로 가산금리가 민평대비 높게 발행됐다. 최근 롯데건설에 대한 유동성 지원 부담과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의 계열 지원여력 축소 등이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탓이다.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결과다. 호텔롯데를 제외한 발행사들의 가산금리는 대부분 밴드 하단을 뚫은 언더 발행이었다.

당장 18일 수요예측에 나설 하나금융 계열 NPL(부실채권) 투자 전문기업 하나F&I(A)와 신세계푸드 (35,250원 ▼100 -0.28%)(A+), 하나에프앤아이(A), SK인천석유화학(A+) 등 회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BBB급인 JTBC도 이날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높은 금리 부담과 리테일 수요 등을 고려해 발행 트렌치를 우량등급보다 단기로 구성했지만 효성화학 흥행 참패 결과가 부담스럽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별 기업의 펀더멘탈보다는 아직 시장 전반으로 A급 이하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인 환경"이라며 "더욱이 첫 A급 발행인 효성화학의 발행 부진 역시 잇따른 비우량 기업의 발행 결과가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을 낮출만한 뉴스"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에 대한 참여도가 역대 최고 수준인 만큼 비우량등급 투심 회복세를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지표로 남은 수요예측 결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지원이 남아있다는 점은 비우량 회사채 반등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비우량 회사채·CP까지 안정세가 확산될 수 있도록 우량물 개선효과를 촉진하고 비우량물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지난 12일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시장안정프로그램에는 총 40조원 이상의 충분한 지원여력이 남았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현재 약 6조4000억원의 지원 여력이 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의 회사채·CP매입프로그램은 현재 약 7조6000억원의 여유가 있어 향후에도 비우량회사채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증권사·건설사 보증 프로젝트 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프로그램도 각 1조3000억원, 9000억원의 지원여력을 보유중이다.

금융당국은 회사채발행을 지원하는 신보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은 확대 개편해 5조원을 신규 공급할 예정이다. 지원대상도 일반기업 BB-이상, 여전사 BBB-이상으로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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