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찐반등' 기로…비우량채 대거 시험대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3.01.1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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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새해 들어 첫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 수요예측이 이번주 잇달아 진행된다. 연초 뜨겁게 달궈진 채권시장 분위기가 비우량채까지 이어질지 기로에 놓였다.



17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날 효성화학 (62,800원 ▲800 +1.29%)(A등급)이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올들어 AA등급 이상 회사채 발행에 20조원 이상 몰리며 채권시장이 달아올랐지만 A급 이하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오는 18일 하나금융 계열 NPL(부실채권) 투자 전문기업 하나F&I(A)와 신세계푸드 (37,600원 0.00%)(A+), 하나에프앤아이(A), SK인천석유화학(A+) 등이 수요예측에 나선다. BBB급인 JTBC도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A급 이하 비우량채들의 흥행 여부에 채권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비우량채도 흥행에 성공하면 채권시장이 지난해 4분기 강원도 레고랜드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BBB급 회사채는 지난해 10월 한진 이후 세 달 간 발행 자체가 없을 정도로 투심이 꽁꽁 얼어붙었다. 미매각 또는 미달 사태가 연달아 발생하며 회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뒤로 미뤄왔다.

비우량 회사채의 매력은 확실하다. 최대 8%가 넘는 고금리다. 채권 금리가 8%가 넘는다는건 고금리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할만하다.


비우량 회사채를 발행하는 곳들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만기를 앞당기고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전략을 세웠다. 한국 국채(외국환평형기금채 5년 물 기준)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전날 기준 43bp로 하락했다는 점도 투자 안정성을 높였다.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도 남아있다. 금융당국은 비우량 회사채·CP까지 안정세가 확산될 수 있도록 우량물 개선효과를 촉진하고, 비우량물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지난 12일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시장안정프로그램은 총 40조원 이상의 충분한 지원여력을 보유하고 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현재 약 6조4000억원의 지원 여력이 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의 회사채·CP매입프로그램은 현재 약 7조6000억원의 여유가 있어 향후에도 비우량회사채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증권사·건설사 보증 프로젝트 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프로그램도 각 1조3000억원, 9000억원의 지원여력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회사채발행을 지원하는 신보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은 확대 개편해 5조원을 신규 공급할 계획이다. 지원대상도 일반기업 BB-이상, 여전사 BBB-이상으로 확대해 운영한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연초 회사채 발행시장의 초강세가 다소 과도해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43조원 이상의 정책 지원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회사채 투자에 있어서 자신감을 가질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15조9000억원 규모 채안펀드와 2조2000억원 규모 건설사·증권 PF-ABCP 매입 프로그램의 지원 여력은 시장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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