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32회 '한미재계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17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다음달 초 혁신위원회를 꾸려 차기 회장 추천과 조직·역할 변경 등을 검토키로 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다음달 전경련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후임자 찾기와 함께 그동안 재계의 로비창구로 치부됐을 정도로 악화된 전경련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뼈를깎는 자정노력과 함께 근본적인 역할 재정립도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경련은 단순히 민원창구가 아니었다. 미국과 일본,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의 경제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민간 외교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표적인 것이 한일재계회의(Korea-Japan Business Summit, 1982년 출범), 한미재계회의(Korea-U.S. Business Council, 1988년), 한독산업협력위원회(Korea-Germany Industrial Cooperation Council, 1975년), 한영재계회의(Korea-British Business Leaders Forum, 1974년) 등이다.
전경련은 전세계 31개국과 32개 소통채널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정부차원에서 개입하기 어렵거나 개별기업이 풀기 어려운 통상 문제, 정책 협의 등을 대신 담당했다. 유사한 민간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전경련 혁신의 방향이 민관 소통기능의 복원에 앞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경제외교에 방점이 찍혀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고, 지역간 경제블록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전경련과 같은 민간 단체들이 물밑에서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협상력 뿐 아니라 민간 경제외교 네트워크를 적기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재계회의 등을 통한 전경련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강화되고 있는 유럽 등 각국 보호무역 장벽 역시 민간 경제단체들간 협력 모델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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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경련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단순히 국내 기업 몇 곳이 힘을 합친다고 단숨에 구축할 수 있는게 아니라 수십년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자연스럽게 쌓인 인맥과 노하우의 결정체"라며 "전경련을 단순히 로비단체로만 바라보고 개혁의 대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수십년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와 경제외교 역량을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할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재계 맏형 노릇을 해야한다 과거의 인식에서부터 스스로 탈피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신뢰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상을 높이기 위한 그 어떤 행보도 환영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중무역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자국 중심주의,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는 시기인 만큼 민간 경제외교 역량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대한상의는 국내, 경총은 노사 문제를 각각 맡고 전경련은 경제외교 쪽을 전담 등으로 역할 분담을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