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경련 해법은? "자국중심시대 '경제외교' 역할 집중해야"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23.01.1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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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32회 '한미재계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32회 '한미재계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또다시 기로에 섰다. 존폐를 걱정해야 했던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급격히 추락한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지도부 교체를 포함한 조직개편 등 결단이 필요하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지난 60년간 전경련이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 자산과 민간소통 창구 노하우를 국익에 합당한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다음달 초 혁신위원회를 꾸려 차기 회장 추천과 조직·역할 변경 등을 검토키로 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다음달 전경련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후임자 찾기와 함께 그동안 재계의 로비창구로 치부됐을 정도로 악화된 전경련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뼈를깎는 자정노력과 함께 근본적인 역할 재정립도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전경련은 1961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이 일본 경제단체연합회(經團連·게이단렌)를 모델로 설립을 주도한 '한국경제인협회'를 모태로한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전경련은 정부와 재계를 잇는 소통창구 역할을 전담했다. 기업들은 전경련을 통해 애로사항을 정부에 전달했고, 정부는 정책방향을 기업들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창구로 활용했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게 된 것도 이러한 기능적 측면의 부작용으로 지적 받았다.



하지만 전경련은 단순히 민원창구가 아니었다. 미국과 일본,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의 경제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민간 외교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표적인 것이 한일재계회의(Korea-Japan Business Summit, 1982년 출범), 한미재계회의(Korea-U.S. Business Council, 1988년), 한독산업협력위원회(Korea-Germany Industrial Cooperation Council, 1975년), 한영재계회의(Korea-British Business Leaders Forum, 1974년) 등이다.

위기의 전경련 해법은? "자국중심시대 '경제외교' 역할 집중해야"
글로벌 다자무대에 있어서도 전경련은 민간 외교사절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실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등 국제기구(다자간 협의체)의 글로벌 정책 수립 과정에 민간경제계 의견 대변 및 반영을 위한 한국 대표로 활동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B20 써밋(주요 20개국 비즈니스 협의체)도 전경련이 대표로 활약했다. 당시 전경련과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한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조코 위도도 인니 대통령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전경련은 전세계 31개국과 32개 소통채널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정부차원에서 개입하기 어렵거나 개별기업이 풀기 어려운 통상 문제, 정책 협의 등을 대신 담당했다. 유사한 민간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전경련 혁신의 방향이 민관 소통기능의 복원에 앞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경제외교에 방점이 찍혀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고, 지역간 경제블록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전경련과 같은 민간 단체들이 물밑에서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협상력 뿐 아니라 민간 경제외교 네트워크를 적기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재계회의 등을 통한 전경련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강화되고 있는 유럽 등 각국 보호무역 장벽 역시 민간 경제단체들간 협력 모델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경련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단순히 국내 기업 몇 곳이 힘을 합친다고 단숨에 구축할 수 있는게 아니라 수십년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자연스럽게 쌓인 인맥과 노하우의 결정체"라며 "전경련을 단순히 로비단체로만 바라보고 개혁의 대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수십년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와 경제외교 역량을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할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재계 맏형 노릇을 해야한다 과거의 인식에서부터 스스로 탈피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신뢰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상을 높이기 위한 그 어떤 행보도 환영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중무역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자국 중심주의,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는 시기인 만큼 민간 경제외교 역량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대한상의는 국내, 경총은 노사 문제를 각각 맡고 전경련은 경제외교 쪽을 전담 등으로 역할 분담을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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