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한국은 아직도 불법 마약으로 취급돼 규제 장벽이 높다. 국내에선 대마 종자·뿌리·줄기 사용은 허용하지만, 대마초 재료로 쓰이는 대마엽(잎)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UN 마약위원회는 2020년 WHO(세계보건기구) 권고를 받아들여 우울증 완화 등 치료 기능이 있는 헴프를 마약류에서 제외한 반면 국내에선 1970년대에 제정된 마약류관리법에 의해 모든 대마류를 일률적으로 규제해 헴프를 활용하지 못한다.
데디 교수는 의료용 대마 R&D(연구·개발)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이스라엘 최고의 공과대학인 테크니온에서 데디 교수는 대마 등 천연물에서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유효 성분을 찾아 추출하는 연구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꾸준히 진행해왔다. 연구성과 상용화를 위해 연구원 50여명 규모의 바이오 스타트업 캐나소울 애널리틱스(Cannasoul Analytics)도 설립·운영하고 있다.

▶대마 종류만 1000개가 넘는다. KIST와 네오켄바이오가 대마에서 어떤 특성을 지닌 물질(유효성분)을 발견하면 그 결과를 토대로 이스라엘에서 어떤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연구하고 임상까지 진행하는 형태로 손발을 맞추려 한다.
-대마 치료제 이점을 꼽으라면.
▶치료 범위도 넓지만 무엇보다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 시중에 판매 중인 의약품은 과다 복용시 구토, 발작 등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약품상자에 붙은 성분 안내를 읽어 보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도 부착돼 있다. 하지만 의료용 대마로 만든 약품의 경우, 어지럽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약간의 피로감을 느끼는 수준이지 장기에 직접적 손상을 준다든지 장기적인 후유증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때문에 의사들이 안심하고 처방할 수 있다.
-실제로 약효를 검증한 데이터가 있나.
▶예컨대 구역질, 국소 부위 통증처럼 중증보단 가볍지만 이런 증상 때문에 전일제 직업을 가질 수 없는 800명에게 대마 약물을 처방한 결과 25%가 전일제 작업현장으로 복귀했다. 약효도 약효지만 어떻게 쓰는 가에 따라 경제적인 효과도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소아 뇌전증 환자의 발작 증세를 줄이는 데도 효과가 있었다. 이스라엘에 3800명의 소아 뇌전증 환자에게 다른 치료약을 하나도 쓰지 않고 의료용 대마 약물을 처방했는데 75% 환자들에게서 발작 증세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스라엘에선 의료용 대마를 얼마나 쓰고 있나.
▶이스라엘의 경우 2007년부터 의료용 대마를 기반으로 한 치료약을 환자들에게 처방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이스라엘에서 의료용 대마 약물을 처방 받아 복용한 환자는 대략 14만명으로 추산된다. 우리는 이 환자들이 어떤 증상에 어떤 대마 약물을 처방받았고, 어떤 효과를 봤는지를 조사한 실증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고 있다.
-그래도 대마는 환각용이란 인식이 강하다.
▶오락용, 기호용으로 쓰는 몇몇 나라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긴 하나 이스라엘에선 의료용 대마만 취급·판매가 허용된다. 의료용 대마도 그냥 판매하는 게 아니라 약사한테 처방전을 제시해야 받을 수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처음부터 시스템적으로 의료용 대마 육성·관리를 하고 있다. 오남용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대마를 대체할 천연물이 없나.
▶대마는 농업 분야 역사상 가장 오래 전부터 재배해온 특이 작물이다. 4700여년전부터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 인류는 종간 교배를 통해 새로운 특성을 나타낸 대마를 생산하기도 했다. 자연에서 나온 거지만 인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계속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온 작물이 지구상에 몇 안 된다. 그런 만큼 대체가 힘든 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관심을 보인 나라가 많을 텐데 왜 한국을 택했나.
▶의료용 대마는 오이 키우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원물에서 농약이나 중금속 등이 절대 나오면 안 된다. 재배 때부터 첨단 농업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엔 최상급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제약·헬스케어 기업들이 많다. 원물에서 효능 있는 성분을 추출하고 결합하고 치료약으로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유사한 점도 많다. 군대를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는 점, 땅에서 오일·금이 나오지 않아 오직 기술 개발·수출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점 , 무엇보다 정부가 국민들의 삶의 질, 건강 관련 의료복지 등을 굉장히 신경쓴다는 점 등이 같다.
우리가 지난 수년간 의료용 대마를 연구하면서 쌓은 전문 지식과 기술, 경험을 잘 연결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와 협력하는 KIST와 네오켄바이오가 교두보 역할을 해주면 한국 뿐만 아니라 극동·아시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제품 개발·생산·수출의 전초기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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