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10월 11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배달노동자 대회를 열고 '배달 기본료 인상 및 지방차별 폐지와 배달공제조합 정부 예산반영'을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2022.10.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새로운 직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자영업자인 이들을 사실상 근로자로 인정하자는 내용의 논의가 시작됐다. 이는 실제 플랫폼 현장과는 괴리가 있어 보다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민국 평균 연봉(2021년 기준 4024만원)보다 높은 임금에 복지도 준수하지만 최초 채용 목표조차 채우지 못했다. 당초 딜리버리앤은 50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출범 후 6개월이 지난 현재 30~4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입사해도 퇴사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인원 보충이 쉽지 않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많았다"며 "초기에는 (정규직으로) 몇 차례 일하다가 퇴사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플랫폼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발의된 '플랫폼종사자 보호법'이나 '일하는 사람 보호법' 등이 실제 플랫폼 현장과는 괴리가 있다고 업계가 주장하는 이유다. 해당 발의안들은 이들을 근로자처럼 대우하는 것이 골자인데, 정작 종사자들은 자영업자 신분을 선호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지난달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2년 플랫폼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직전 일자리에서 플랫폼 일자리로 이동한 이유로 '더 많은 수입'(62.6%), '근로시간 선택'(18%), '자율권 보장'(6.9%) 순으로 꼽았다. 직장에 얽매이지 않는 자율성을 위해 플랫폼을 선택한 응답자가 25%에 달한 셈이다.
그러나 자영업자처럼 자유롭게 일할 것을 보장하고, 그 처우는 정규직처럼 제공하기에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 지난해 플랫폼 종사자의 월평균 근무일수는 14.7일, 일평근 근무시간은 6.4시간에 그쳤다. 주 5일에 '나인투식스(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가 기본인 정규직에 비해 크게 적은 수치다.
특히 '일하는 사람 보호법'의 경우 플랫폼 종사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육아휴직 등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직접고용 상태가 아닌 자영업자들은 홀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직장 내 괴롭힘을 겪기도 어려운 데다가, 휴무를 직접 선택할 수 있어 이를 다른 이가 제공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법안들은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법에서 조항을 따왔는데 이들은 사용자가 있는 상황을 상정해서 만든 법"이라며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 사업주가 일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내가 오늘 일을 할 지 안할 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존 노동법을 일률적으로 플랫폼 종사자에도 적용하기보다는 실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상 근로자로 대우하기보다는 종사들이 선호하는 자영업자 신분을 보장하되, 이를 통해 사업주 간 일방적인 계약해지나 갑질 등의 불공정거래를 바로잡는 경제법적 보호가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설문에서 플랫폼 이용과 관련해 '어떠한 계약도 맺지 않았다' 또는 '잘 모르겠다'고 답변한 이는 전체의 63.4%에 달했다.
재계 관계자는 "통제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플랫폼 일자리를 하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통제하려는 것이 문제"라며 "플랫폼 종사자들에 대한 보호는 필요하지만, 근로자 대 사업주 형태가 아니라 사업주 대 사업주 형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갑질과 불공정 거래 등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