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피울 곳 없네"…초강력 금연법 멕시코 "담배 진열도 NO!"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3.01.1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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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구역 모든 공공장소로 확대…
최대 벌금, 최저 월급의 절반 수준

멕시코의 새 금연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13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공공장소에서 흡연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멕시코의 새 금연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13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공공장소에서 흡연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멕시코가 금연 국가 대열에 합류한다. 새로운 금연법을 시행해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고, 매장 안에서의 담배 진열조차 불법으로 만들었다. 이는 미주 대륙에서 가장 엄격한 금연법으로 평가받는다.

15일(현지시간) 멕시코 엘피난시에로, 영국 BBC에 따르면 멕시코 보건부는 이날 발효된 흡연 규제 일반법 개정안에 따라 금연구역을 확대했다.



개정안을 통해 사실상 멕시코 전역의 모든 공공장소가 금연구역이 됐다. 공원, 해변, 호텔, 학교, 공연장, 스포츠 경기장, 정류장 등 실내외 할 것 없이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라면 담배를 피울 수 없다. 간접흡연 등 피해를 막기 위해 미성년자가 있는 장소에서도 금연해야 한다. BBC는 "이는 곧 집에서만 흡연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멕시코 정부는 그동안 부분적으로 흡연구역을 규제해왔다. 2008년 제정된 기존 법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흡연만을 금지했다. 당시 이 법이 시행되면서 식당과 술집 등은 흡연구역을 만들었다.



더불어 개정안은 담배 제품의 광고와 판촉, 후원도 완전히 금지했다. 편의점 등 매장 안에 담배를 진열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다. 전자담배 사용도 제한해 실내에서 피울 수 없도록 했다.

개정안에 따라 벌금도 강화됐다. 멕시코시티의 경우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00~3000페소(약 7만~2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는 97페소(약 2000원)인 기존 벌금의 최대 30배가 넘는 금액이다. 멕시코 한 달 최저임금인 6223페소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1년 이내 재범의 경우 당초 부과한 벌금의 두 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멕시코 노점에 진열된 담배/로이터=뉴스1멕시코 노점에 진열된 담배/로이터=뉴스1
멕시코가 이처럼 강력한 금연법 시행에 나서는 것은 청소년 흡연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다. 멕시코 국립공중보건연구소(INSP)에 따르면 멕시코 흡연자들이 담배를 처음 피우기 시작하는 평균 연령은 14세다. 이들은 하루 평균 7.4개비를 피우고, 한 달에 287페소(약 1만9000원)를 담배에 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는 멕시코의 새로운 금연법 시행을 환영했다. PAHO는 "흡연은 가장 주요한 사망 원인 중 하나지만 예방이 가능하다"며 "미주 대륙에서는 매년 1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흡연 혹은 간접흡연에 노출돼 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새 금연법이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당국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관련 기업들은 성명을 내고 "보건부가 입법부 기능을 수행하며 자신의 권한을 넘어섰다"며 "합법적인 제품의 판매되는 제품을 숨기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법의 실효성 여부도 미지수다. 멕시코의 경찰 부패 문제가 심각한 탓이다. 일부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에게 벌금 등 처벌을 내리는 대신 뇌물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멕시코에서는 교통 법규를 위반해도 경찰에게 소정의 현금을 주면 처벌받지 않고 현장에서 해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금연법에 진심인 나라는 또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2009년 1월1일 이후 출생자에게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새로운 금연법이 지난해 12월 의회를 통과됐다. 이를 어길 경우 15만 뉴질랜드달러(약 1억2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에 따라 올해 기준 만 14세 이하의 청소년들은 평생 뉴질랜드 안에서는 담배를 구매할 수 없다. 법 시행 50년 뒤인 2073년에는 만 64세 이하 뉴질랜드 국민들은 담배를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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