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6개 미국 바이오텍이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6개 기업은 에디타스 메디슨(Editas Medicine), 엘리베이션 온콜로지(Elevation Oncology), TCR² 테라퓨틱스(TCR² therapeutics), 페이트 테라퓨틱스(Fate Therapeutics), 센추리 테라퓨틱스(Century Therapeutics), 와이-맵스 테라퓨틱스(Y-mAbs Therapeutics)다.
에디타스 메디슨은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로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다. 최근 주력 후보물질인 'EDIT-101'이 실망스러운 임상 결과를 보이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2025년까지 기업을 운영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직원 20%를 감축했다. 사내 CSO(최고 과학책임자)도 퇴사했다. 58억달러에 달했던 시총은 2년 새 90% 이상 줄었다.
고금리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이 이들 바이오텍 위기의 원인이다. 주력 파이프라인의 임상 시험 결과마저 안 좋게 나오면서 자금 조달은 더 어려워졌다. 얼어붙은 시장 상황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지난해 11월에만 이미 23개 미국 바이오텍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IPO(기업공개)에 성공한 바이오텍은 19개에 불과하다. 2022년 4분기에는 단 3개 기업만이 상장했다. 16개 기업이 IPO에 성공했던 2012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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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장 상황을 반전시킬 요소는 부족하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은 37건으로 과거 3년 평균 53건보다 현저히 낮다. 규제 기관이 신약 심사에 더 깐깐해진 것으로 승인 여부에 따라 명운이 갈리는 바이오텍에는 좋은 소식이 될 수 없다. 또한 지난해 연 매출 10억달러 이상을 기록할 블록버스터 의약품 출시는 9건으로 10~13건을 기록했던 예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일본계 금융 그룹 미즈호증권은 "바이오 섹터에서 지난 2년간의 조정 후 최악의 날(worst days)이 올 수도 있다"며 "이 최악의 날은 2001년 게놈 버블(genomics bubble)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가장 길고 깊은 침체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선경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전반에 걸쳐 미국의 4.5%대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2015년 면역관문억제제와 같은 대형 임상 실적, 메가 규모의 인수합병 등 이벤트 없이는 단기적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팬데믹 기간 현금 유동성이 풍부해진 글로벌 제약사들이 조만간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 특허 절벽이 곧 닥쳐오는 데다가 코로나19(COVID-19) 백신·치료제 매출이 급감하면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2025년까지 특허 만료 신약이 16개다. (글로벌 제약사에게) 매출 공백을 메워 줄 혁신 신약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지난해 3분기 기준, 14개 빅파마의 현금성 자산은 183억달러다.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실적 중심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거나 파트너십 탐색이 활발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