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바이오텍 연초부터 줄줄이 구조조정… 올해도 시장회복 어렵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1.1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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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만 6개 미국 바이오텍 인력 구조조정
"게놈 버블 이후 가장 길고 깊은 침체기"… 바이오 업계 올해도 난항

美바이오텍 연초부터 줄줄이 구조조정… 올해도 시장회복 어렵다


연초부터 6개 미국 바이오텍이 인력 해고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최고경영자(CEO)가 퇴사한 기업도 있는가 하면 한때 나스닥 시총 100억달러에 달했던 기업이 직원 50%를 해고하기도 했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시장 상황에서 임상 시험마저 실패하는 악재가 겹친 탓이다. 업계는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수 합병 등 이벤트가 없다면 올해 바이오산업에서 단기적인 반등은 없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6개 미국 바이오텍이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6개 기업은 에디타스 메디슨(Editas Medicine), 엘리베이션 온콜로지(Elevation Oncology), TCR² 테라퓨틱스(TCR² therapeutics), 페이트 테라퓨틱스(Fate Therapeutics), 센추리 테라퓨틱스(Century Therapeutics), 와이-맵스 테라퓨틱스(Y-mAbs Therapeutics)다.



페이트 테라퓨틱스는 유도만능줄기세포 기반의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텍으로 한때 나스닥 시가총액이 100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1년 새 주가가 90% 이상 내렸다. 최근 얀센과 30억달러 규모의 파트너십도 종료하면서 주가가 더 빠져 시총은 5억2500만달러로 줄었다. 페이트 테라퓨틱스는 직원 50%를 해고하고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을 조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에디타스 메디슨은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로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다. 최근 주력 후보물질인 'EDIT-101'이 실망스러운 임상 결과를 보이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2025년까지 기업을 운영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직원 20%를 감축했다. 사내 CSO(최고 과학책임자)도 퇴사했다. 58억달러에 달했던 시총은 2년 새 90% 이상 줄었다.



이 외에도 센추리 테라퓨틱스와 와이-맵스 테라퓨틱스가 전체 직원의 25%와 35%를 각각 해고했다. 센추리 테라퓨틱스는 시애틀과 해밀턴 소재의 연구소를 폐쇄했다. 사내 R&D(연구·개발) 책임자도 퇴사했다. TCR² 테라퓨틱스는 직원 40%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바이오텍은 지난해 8월에도 이미 20% 직원을 해고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베이션 테라퓨틱스는 직원 30% 감축과 함께 CEO가 퇴사했다.

고금리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이 이들 바이오텍 위기의 원인이다. 주력 파이프라인의 임상 시험 결과마저 안 좋게 나오면서 자금 조달은 더 어려워졌다. 얼어붙은 시장 상황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지난해 11월에만 이미 23개 미국 바이오텍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IPO(기업공개)에 성공한 바이오텍은 19개에 불과하다. 2022년 4분기에는 단 3개 기업만이 상장했다. 16개 기업이 IPO에 성공했던 2012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어려운 시장 상황을 반전시킬 요소는 부족하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은 37건으로 과거 3년 평균 53건보다 현저히 낮다. 규제 기관이 신약 심사에 더 깐깐해진 것으로 승인 여부에 따라 명운이 갈리는 바이오텍에는 좋은 소식이 될 수 없다. 또한 지난해 연 매출 10억달러 이상을 기록할 블록버스터 의약품 출시는 9건으로 10~13건을 기록했던 예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일본계 금융 그룹 미즈호증권은 "바이오 섹터에서 지난 2년간의 조정 후 최악의 날(worst days)이 올 수도 있다"며 "이 최악의 날은 2001년 게놈 버블(genomics bubble)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가장 길고 깊은 침체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선경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전반에 걸쳐 미국의 4.5%대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2015년 면역관문억제제와 같은 대형 임상 실적, 메가 규모의 인수합병 등 이벤트 없이는 단기적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팬데믹 기간 현금 유동성이 풍부해진 글로벌 제약사들이 조만간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 특허 절벽이 곧 닥쳐오는 데다가 코로나19(COVID-19) 백신·치료제 매출이 급감하면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2025년까지 특허 만료 신약이 16개다. (글로벌 제약사에게) 매출 공백을 메워 줄 혁신 신약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지난해 3분기 기준, 14개 빅파마의 현금성 자산은 183억달러다.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실적 중심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거나 파트너십 탐색이 활발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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