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열의 Echo]'출근 명령 vs 이직할 결심'…재택근무 전쟁

머니투데이 송정열 디지털뉴스부장 겸 콘텐츠총괄 2023.01.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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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출근제에 대한 사내 공지 이후 하루 만에 관련 글이 무려 1000개 이상 올라왔습니다. 아주 난리입니다."

지난해 말 카카오는 올해 3월부터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사무실 출근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그 직후에 만난 카카오 관계자는 벌집 쑤신 듯한 사내 분위기를 이렇게 전해줬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직원들이 훨씬 더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면서 경영진도 상당한 부담과 고민을 떠안게 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팬데믹으로 전면적 재택근무 또는 하이브리드근무(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의 혼합)를 도입했던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엔데믹 시대에 발맞춘 사무실 근무 복귀 선언에 직원들의 반발이 자못 격렬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상황을 좀 더 들여다보자. 카카오 직원들은 단순한 불만 표출을 넘어 아예 노동조합 가입이라는 단체행동으로 실력행사에 나섰다. 카카오 본사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은 최근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사무실 출근제 발표 이후 노조 가입률이 10%P 이상 치솟으면서다. 재택근무 폐지라는 불똥이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내 대형 IT 기업 최초의 과반 노조의 탄생으로 번진 것이다.



이 갈등의 밑바탕에는 재택근무에 대한 기업과 직원 간 시각차가 존재한다. 기업들은 재택근무가 업무생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본다. 대표적인 재택근무 반대론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아예 "재택근무는 일하는 척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한다.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5월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택근무 시 체감 업무 생산성 전체 평균은 정상 근무 대비 79%였다. 인사담당자의 주관적 평가에 기반한 조사 결과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에 대한 기업의 불만족스러운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팬데믹 초기 불가피한 재택근무에 대해 큰 우려가 제기됐지만, 대부분 회사가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갔다. 업종과 업무의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이는 재택근무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결코 사무실 근무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직원들은 본다. 더 나아가 재택근무는 이제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해주는 필수적인 복지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재택근무는 보수나 승진 못지않게 취업과 이직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됐다. 기업의 사무실 출근 명령에 '이직할 결심'으로 맞서는 직원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엔데믹에도 오히려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이와 무관치 않다. 국내에선 배달의 민족과 네이버, 해외에서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배달의 민족은 올해부턴 정해진 필수근무 시간만 준수하면 아예 근무지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경기침체로 고용시장에서 기업이 힘의 우위를 차지하면서 당장은 사무실 근무 복귀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의 직원들이 이미 재택근무의 달콤함을 직접 누려봤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달콤한 기억은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재택근무 갈등의 해법을 모색하려면 우선 기업과 직원 간 인식 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택근무 시 직원들의 더 투철한 책임감과 적극성은 기본이다. 그래야 텅 빈 사무실을 보며 기업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 기업들 역시 근무 형태 등 노동시장의 환경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방식이 앞으로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차라리 재택근무를 적극 활용, 우수 인재 확보와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위기가 우리 경제를 덮치고 있다. 기업들과 직원들이 지혜를 모아 재택근무의 갈등을 풀고, 서로 윈윈할 수 해법을 창출함으로써 하나로 똘똘 뭉쳐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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