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테네시 공장 세탁기 생산라인에 배치된 다관절 로봇팔이 세탁기용 부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
굉음으로 가득한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수십대의 커다란 다관절 로봇들이 커다란 강판을 받침대 위에 올려 옮겨 놓자 판금 기계가 꾸욱 눌러 세탁기 통 안쪽에 요철을 찍어낸다. 이는 다시 로봇팔에 들려 형태를 잡는 틀로 이동,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그란 세탁기통 모양으로 말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용접까지 이뤄진다. 즉석에서 만들어진 세탁기, 건조기 부품들은 무인운반차(AGV)와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조립 라인으로 이동한다. 사람의 손길을 거치는 건 일부 볼트 조립과 검수 등에 불과하다.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한 라인에서 제조하는 '완결형 통합생산체제'를 갖춘 LG전자 테네시 공장은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지능화공장) 기술력의 정수가 집약된 곳이다.
2018년 가동을 시작한 테네시공장은 한국 기업이 해외에 건설한 공장 중 유일하게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으로 선정된 곳이다. LG전자 전체 생산기지 중 2번째이며 미국 내 생활가전 공장 중에는 처음이다. 등대가 밤하늘에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을 말한다.
LG전자 테네시 공장 세탁기 생산라인에 배치된 다관절 로봇팔이 세탁기용 부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
공장은 금속 프레스 가공, 플라스틱 사출 성형, 도색 등 상당수의 부품 제조 공정을 공장 내부에서 해결한다. 미국의 높은 물류비를 감안한 선택이다. 덕분에 부품 공급 지연과 같은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경쟁사들이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물류 대란으로 공장가동에 어려움을 겪을때 LG전자가 빠르게 빈자리를 메꿀 수 있었던 비결이다.
LG전자 테네시 공장 세탁기 생산라인에 배치된 컨베이어 밸트를 타고 세탁기용 부품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
세탁·건조통과 인버터 DD모터 등 무거운 부품 조립, 화염이 발생하는 용접 등 위험하고 까다로운 작업을 로봇이 수행한다. 한 라인에 수십 대의 다관절 로봇팔이 수십킬로그램에 달하는 세탁기 부품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동, 조립한다. 라인 곳곳에 설치된 비전시스템은 머신러닝을 통해 사람이 눈으로 구별하는 수준 이상으로 제품 불량을 찾아낸다.
LG전자 테네시 공장 내부에 LG전자 생산기술원에서 제작한 AGV(Automated Guided Vehicles)이 세탁기 부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
LG전자 생산기술원에서 제작한 무인운반차(Automated Guided Vehicles, 이하 AGV) 166대도 쉴 새 없이 라인과 라인 사이를 돌아다닌다. AGV는 최대 600kg의 적재함을 최적의 경로로 자동 운반한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하루에 6000번 이상 수행했던 부품 나르는 작업을 이제는 AGV가 알아서 처리한다. AGV의 운반 경로는 3만 개 이상의 공장 내 위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단 이동거리를 찾는 물류 동선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정한다. 테네시 공장은 1, 2층 간 부품을 이동시키는 공중 컨베이어도 갖춰 입체적인 물류 자동화를 이뤄냈다.
테네시공장은 하루 평균 7000여대의 세탁기·건조기를 생산한다. 11초~13초마다 1대씩 생산하는 속도다. 손 법인장은 "이 중 70%는 북미 지역 판매자들에게 직접 배송하고 나머지 20∼30%는 대리점들이 소유한 외부 창고로 보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장기적으로는 테네시 공장에 세탁기와 건조기 이외에도 다양한 라인업을 추가해 북미 생활가전 사업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에서 현지 생산을 늘려 프리미엄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건조기 생산라인을 신설했고 세탁·건조 일체형 제품인 워시타워 라인도 곧 새롭게 구축할 예정"이며 "LG전자의 기술 노하우가 집약된 고도화된 생산 체계를 통해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북미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