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라"는 회사에 "노조 가입"으로 맞선 직원들…IT업계 '시끌'

머니투데이 배한님 기자 2023.01.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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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넥슨·SKT 등 복지 축소에 노사 갈등 가시화
경기 침체·엔데믹 영향으로 회사 기조 변화
勞 "소통 부재가 핵심" vs 社 "충분히 설명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사진=배한님 기자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사진=배한님 기자


IT업계에 노동조합 가입 열풍이 불고 있다. 높은 성과 보상과 재택근무 등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확대됐던 복지를 회사가 속속 거둬들이면서다. 리오프닝이 시작되고 글로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경영 효율화에 나선 기업과 기존 복지를 유지하고 싶은 직원들 간의 마찰이 커지고 있다.



재택근무 종료·보상 최소화…복지 축소에 노조 가입률 폭증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본사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이 최근 50%를 넘었다. 과반 노조가 되면 회사에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다. 노조는 현재 가입률을 공식 집계 중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카카오 임직원 수는 약 3600명이다.

IT업계는 지난달 말 발표한 전면 재택근무 종료가 노조 가입률 증가의 주원인이라고 본다. 근무방식을 바꾸면서도 충분한 논의 없이 직원들에게 통보하면서 불만이 폭증했다는 것이다. 노조에 가입한 카카오 직원들은 사측과의 소통 부재를 지적한다. 한 카카오 직원은 "기존 근무제도(재택근무)에 대한 평가, 효과, 장단점 등은 공유되지 않고 단순히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카카오가 성과 보상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면서 분위기는 더욱 과열되고 있다.



지난해 말 30%대였던 카카오 본사 노조 가입률은 열흘 만에 10%p 이상 치솟았다. 카카오 본사뿐만 아니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에서도 노조 가입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이달 첫 주에만 300명 이상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뿐만 아니라 넥슨·SK텔레콤 등 다른 IT기업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SK텔레콤은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거점오피스' 제도를 대폭 축소하고 오는 2월부터 재택근무 일수를 주 1회로 제한했다. 한글과컴퓨터 (21,250원 ▼300 -1.39%)는 주 2회로 보장됐던 재택근무를 팀장 재량으로 변경하면서 출근 중심제로 바뀌었다. 이에 각각 노조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는 불만을 제기하고 잇다.

넥슨에서는 보상 문제가 터졌다. 지난해 6월 전사 출근제 전환이후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지난달 초 전사 회의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전망한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케이크 쿠폰'을 나눠주자 반감이 폭발했다는 것. 이에 최근 한 달새 300명이 넘는 가입자가 넥슨 노조를 향했다. 2018년 노조 창립 이래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겨울 시작하는데 어쩔 수 없다…어려운 상황 이해해달라는 회사
IT 기업들은 어려운 경기를 감안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언택트 수혜가 끝나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경영 효율화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IT 기업들은 업무 공간 확충이나 구내식당 증설 등으로 간접적 복지확대로 직원 달래기에 나섰으나, 불만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사원협의체와 대화를 지속하고, 오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직원들의 노조가입은 최근 경기악화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 전망도 한몫했다. 이미 글로벌 IT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가운데 국내 IT업계에서도 상반기 중으로 몇몇 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복지 축소에 이어 정리해고 위기까지 겹치자 불안감에 노조를 찾게된다는 것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익숙했던 재택근무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불만이 팽배한 것인데 엔데믹과 경기 침체로 달라진 기업 여건도 이해해야하지 않겠느냐"면서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갈등이 고조되지 않도록 노사간 이해와 소통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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