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1.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중반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높고,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 넘는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힌 것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에 쐐기를 박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5%를 기록했다. 8개월 연속 5% 이상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상승률이 조금 낮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지난달 물가는 5%대의 높은 수준에서 수평 이동을 했다"며 "새해에도 전기세와 버스, 지하철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하락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5% 넘게 올리겠다고 밝힌 점 역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배경 중 하나다. 지난해 140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200원대로 안정됐지만 한국과 미국간 금리차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경우 다시 외환시장 불안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투자자금은 안정성이 유사할 경우 금리가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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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 연준이 제시한 점도표에 따르면 위원 19명 중 17명이 올해 미국 기준금리가 5%를 넘을 것이라 예상했다.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5~5.25%(중간값 5.1%)로 상단 기준 5.25%를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3월 기준금리를 4.75~5%까지 올린 후 9월까지 유지할 확율이 가장 높게 반영돼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올릴 것인지에 쏠렸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3.5~3.75%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종료하거나 한번 더 올리고 끝낸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이날로 종료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본다. 세계경제가 크게 둔화되는 가운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또 레고랜드발 회사채·단기금융시장 불안, 가계부채 문제, 부동산 시장 급랭 등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들이 잠복해 있다는 점도 변수다. 현재는 정부 조치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할 경우 금융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지 예상하기 어렵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한 것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중단 관측에 힘을 싣는다. 미 노동부는 12일(현지시간) 1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6.5%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시장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와 일치했다. 미국의 물가가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 연준 또한 최종 기준금리 수준을 낮추거나 인상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은이 외국인 자본 유출을 우려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할 부담을 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