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은 12일 롯데월드타워에서 '2023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열고 그룹 경영 계획 및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올 VCM은 지난 연말 롯데건설 사태가 그룹 유동성 위기설로까지 확산되며 재계 안팎에서 롯데의 경영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열려 신 회장의 위기 타개 메시지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도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해 롯데가 투자한 BMS 미국 시러큐스 공장, 일진머티리얼즈 등 사례를 언급하며 "그룹과 회사의 비전 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투자라고 생각해 대규모 투자임에도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는 재도약을 위해 지난 몇 년간 준비했던 노력을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한 후, "변화와 혁신을 위해 도전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월드타워 건설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국내 최고층 건물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며 "'국민에게 사랑을 받는 회사'라는 한 방향을 바라보며 변화된 과점에서 혁신의 중심이 되어 회사를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VCM에서 외부 강연을 맡은 EY한영은 글로벌 지정학적 시나리오와 지속 성장 혁신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올해 경영 환경을 진단하고 발생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중장기 재무전략·HR 전략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특히 롯데건설 사태로 촉발된 재무 상황 악화가 거론됐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롯데건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증권 차환 리스크가 부각되며 그룹 전체의 위기설까지 불거졌다.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알미늄, 롯데정밀화학 등 계열사가 총동원돼 자금 지원에 나서고 펀드 조정 등으로 한숨을 돌렸다. 그렇지만 위기 의식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신사업 전략도 공유했다.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은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위한 전략 실행력 강화를 발표했는데 특히 롯데가 최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부문 등의 추진경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다뤘다.
롯데는 올 들어 신성장 동력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CES(소비자가전전시회) 2023'에서 메타버스, 전기차 충전 사업,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등을 공개했다. 또 지난해 12월 31일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의 미국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 인수를 완료하며 바이오 사업 시동을 걸었다. 롯데는 2030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국내에도 대형 생산공장 3개를 짓겠다는 구상이다.
회의에 참석한 계열사 CEO들은 신사업을 강조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는 "CES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미래 사업을 알렸다"며 "내년에는 더 많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엽 롯데제과 대표도 "앞으로 50년후를 준비할 수 있는 좋은 자리"라며 "전세계 소비자들이 식품을 통해 삶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육' 등 신사업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는 "향후 해외 사업을 순차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VCM에 앞서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대표이사, 각 사업군 총괄대표들과 롯데지주 실장들은 롯데월드타워 1층에 마련된 신격호 롯데 창업주 흉상에 헌화하고 묵념하며 서거 3주기(1월 19일)를 기렸다.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상무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