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과 신도림역을 잇는 도림보도육교가 내려앉은 모습. 관계 당국은 이날 새벽 1시쯤 신고를 받고 1시40분쯤부터 도림보도육교와 도림천 산책로 등 진입을 전면 통제했다./사진=독자제공
12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도림보도육교 초기점검보고서(2016년 10월 작성)에 따르면 도림육교는 개통 전인 2016년 4월 교량 중앙부에 처짐이 발견됐다. 시공 과정에서 하중을 지탱해주는 가설벤트를 제거한 그 달 12일부터 19일까지 관측한 결과 중앙부가 설계보다 37.3㎝(373㎜) 내려앉았다.
영등포구청은 추가 처짐 발견 직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구조물에 파손이 발견되고 나서야 하자 보수에 나섰다. 개통 6개월만인2017년 1월 17일 교량의 받침 쐐기가 중앙부의 처짐 등으로 인해 파손된 것이다. 도림육교는 아치 형태의 교량을 상부에 연결된 부재들이 지탱해주는 트러스 구조로 설계됐다. 이같은 교량에서 받침은 아치형태로 휘어진 교량이 옆으로 벌어지려는 것을 잡아주는 주요 구조물이다.
육교 붕괴 이후 현장조사 결과 교량 각 귀퉁이에 각각 설치된 총 4개의 받침대는 모두 교량과 분리된 상태였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역 인근 도림보도육교가 붕괴돼 통제되고 있다.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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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받침 부위 파손과 교량 위 판자 결함은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교량이 처지거나 뒤틀리게 되면 상부의 데크 역시 휘거나 파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받침 파손에 대해서는 "교량이 처지게 되면 교량의 끝부분이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부발력이 형성되면서 받침 부위에 힘이 가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석환 대진대 토목학과 교수는 "교량에 쓰이는 나무 판자는 별도 처리를 거쳐서 쓰기 때문에 1~2년만에 쉽게 뒤틀림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며 "교량 자체의 처짐은 그 위 나무 판자의 변형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도림보도육교는 중앙부 처짐을 최대 560㎜까지 감당할 수 있다고 봤고 나무판자의 경우 나사못 풀림 등이 원인으로 교량의 처짐과는 연관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영등포구 도림동과 신도림역을 잇는 도림육교는 지난 3일 오전 1시20분쯤 다리 중간이 내려앉아 보행이 전면 통제됐다. 28억원을 들여 2015년 4월 착공해 2016년 5월 말 개통했으며 지난해 5월 3종시설물로 지정됐다. 지난해 10월28일부터 12월15일까지 실시한 하반기 정기안점검에서 'A등급'(이상 없음)을 받으나 보름여만에 붕괴됐다.
붕괴에 앞서 지난달 31일 안전신문고에 '육교 외형에 변형이 생겨 안전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 신고는 이달 2일 오후 4시쯤 영등포구청으로 전달됐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행정안전부는 안전 감찰에 나섰으며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유사 시설물에 대한 전수점검을 벌일 계획이다. 서울시는 영등포구청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며 시내 전체 보도육교에 대한 안전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3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과 신도림역을 잇는 도림보도육교가 내려앉은 모습. 관계 당국은 이날 새벽 1시쯤 신고를 받고 1시40분쯤부터 도림보도육교와 도림천 산책로 등 진입을 전면 통제했다./사진=독자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