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산다' 전현무, 사진제공=MBC
어느새 ‘예능 왕국’ MBC의 맨 윗선을 차지한 ‘나 혼자 산다’는 올해 또 하나의 경사를 맞이한다. 지난 2013년 첫 방송을 한 이후 10주년이 된 것이다. 2013년 설 연휴였던 2월10일 ‘남자가 혼자 살 때’라는 제목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당시에는 남자 연예인만 출연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후 3월22일 정규편성 첫 방송이 되면서 지금의 제목인 ‘나 혼자 산다’가 확정됐다.
초창기 ‘나 혼자 산다’의 모습은 예능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 또한 정서 역시 지금의 소소하고 따뜻한 느낌보다는 조금 더 차분하고, 짠한 인물들의 등장에는 우울함도 다소 줬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탓일까. ‘무지개’라는 모임을 만든 출연자들은 계속 서로 어깨를 걸며 우정을 확인했고 떨어져 있지만, 또 같이 있는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려고 했다.
초창기 '나 혼자 산다', 사진제공=MBC
첫 번째 전성기는 전현무와 한혜진이 결별하면서 꺾이고 말았다. 고정멤버 체제의 중심이었던 둘은 결별 후 나란히 이탈했고, 고정멤버들은 박나래, 기안84, 이시언 등이 지탱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시기 박나래는 익숙하지 않았던 진행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자신에게 닥쳐왔던 또 다른 논란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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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자가 허항PD로 바뀌면서 전현무가 2021년 다시 합류했고, 원년멤버 중 ‘나 혼자 산다’의 정서를 가장 잘 가지고 있는 김광규의 재합류 그리고 키, 코드 쿤스트, 이주승, 이장우 등의 합류로 지금의 진용이 짜였다.
사진제공=MBC
제목이 ‘나 혼자 산다’이지만 정말 특별한 출연자가 아닌 이상, 한 출연자의 일상이 더 이상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는 일은 이제 쉽지 않아졌다. 게다가 그 출연자의 일상이 일반적인 시청자들의 정서에서 동떨어지는, 예를 들면 지나치게 부유하다던가 유명인들이 많이 출연한다던가 하면 시청자들의 즉각적인 반감을 불러왔다. 10년을 맞은 제작진에게는 혼자 사는 일의 가치를 꾸준히 부여하면서도 인기의 원동력인 멤버들 간의 호흡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9관왕’은 ‘놀면 뭐하니?’의 퇴조와 ‘전지적 참견 시점’이나 ‘라디오스타’ 등 장수 프로그램의 발전이 없는 상황에서 ‘나 혼자 산다’에게 MBC 전체 예능의 명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했다. ‘K-드라마’가 날개 돋친 듯 발전하는 상황에서 ‘K-예능’의 걸음마는 상대적으로 더디었고, OTT 시대의 발전에 따라 이는 더욱 명확한 현상이 됐다. ‘나 혼자 산다’는 현재 여러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렇게 새해를 맞은 ‘나 혼자 산다’는 지난 박나래의 대상에 이어 한 번 더 대상 수상자의 수상 다음 날 초심을 다지는 에피소드를 내보냈다. 전현무는 왁자지껄한 파티를 할 거라는 세간의 예상을 뒤집기라도 하듯 혼자 훌쩍 양평으로 떠나 해장국을 먹었으며, 과거 프로그램과 관련한 논란이 많을 당시 템플스테이를 했던 한 사찰을 찾아가 당시의 기억을 되짚으면서 초심을 상기했다.
사진제공=MBC
과연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지키면서 확장성을 어떤 식으로 가져가야 할지, 10년을 맞은 ‘나 혼자 산다’는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러한 여정에는 일말의 기대와 우려도 있다. 이미 한두 번 위기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모습도 봐왔기에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의 회복력, 재생력에도 눈길이 쏠리는 건 사실이다.
‘나 혼자 잘산다’든 ‘우린 모여 산다’든 모두 ‘나 혼자 산다’의 다른 얼굴들이다. 이제 ‘나 혼자 산다’는 하나의 정서, 주제, 형식으로 정의될 수 없는 커다란 유기체가 됐고 그 안에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이 녹아있다. 과연 새해 ‘나 혼자 산다’는 어떻게 살까. 올해 예능계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하나의 지침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