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도 지난 8일 롯데건설이 메리츠증권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으면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물산, 롯데호텔 등 그룹 주요 계열사가 약 6000억원,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캐피탈 등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가 9000억원을 출자해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이 자금으로 롯데건설의 부동산 PF 관련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다.
주요 유통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대체로 부채비율이 200% 미만으로 높지 않고 신용등급이 AA 이상으로 우량기업이기 때문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량등급 기업은 재무적 여유를 충분히 갖고 있어 경기 사이클에 따른 단기적 실적 저하 정도는 펀더멘털(기초체력) 훼손 없이 흡수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 경쟁에 부채비율 껑충...본업 수익성 회복이 관건

이마트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까지만해도 부채비율이 106.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145.8%로 상승했다. 2020년부터 이베이코리아 지분 인수(3조5000억원),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인수(4700억원), 더블유컨셉코리아(2650억원), SK와이번스 야구단 인수(1000억원) 등 굵직한 M&A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반면 e커머스 사업에서 적자가 지속되면서 이마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이익은 12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가 급감했다. 이마트가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 잔액은 3205억원(4월 만기분 포함) 불과하지만 2년 내 상환해야 할 자금은 1조1788억에 달한다. 이마트는 그동안 마곡부지(8000억원), 가양점(7000억원), 본사·성수점(1조2200억원)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보충해왔다.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추가 자산 매각 가능성이 묘연한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입찰을 진행한 중동점은 우선협상자인 디벨로퍼 알비디케이콘스(RBDK)가 계약금 외 잔금을 치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초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하향조정됐고, 자회사인 롯데하이마트도 지난해 말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롯데하이마트는 우량등급의 마지노선인 AA-로 올해 등급이 한단계 하락하면 A+가 된다.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에 대해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고,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롯데쇼핑의 2019~2021년 부채비율은 180~190% 수준으로 높은 상태다. 롯데하이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의 집객력이 약화되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 72억원을 기록했다. 민유성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올해는 온라인 사업 경쟁강도가 완화될 여지는 있지만 낮은 판매이익, 배송설비 등 고정비 부담은 여전해 영업이익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