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전고점…불황에도 강한 유럽, 미국보다 더 오른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1.12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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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전고점…불황에도 강한 유럽, 미국보다 더 오른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도 유럽 증시는 어느새 전고점에 다다랐다. 올해 들어서는 강한 상승세다.

유럽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이 완화하고 경제 비중이 높은 중국에서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이 본격화하면서 유럽 증시도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IB(투자은행)에서는 올해 유럽 증시 성과가 미국을 앞설 것으로 본다.

1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올해(1월2~10일) 주가 상승률 상위 증시에 유럽 주요국 증시가 다수 포진해 있다. 유럽 대표지수인 유로스톡스50은 이 기간 6.95% 상승해 미국 S&P500(2.08%)과 나스닥(2.64%)을 앞질렀다.



이탈리아 FTSE MIB 지수는 6.99% 올랐고 △스웨덴(6.72%) △네덜란드(6.39%) △프랑스(6.11%) △독일(6.11%) 등 유럽 주요국 증시 대부분이 올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과 한국 증시가 고점 대비 20~30% 조정 받은 것과 달리 유럽 증시는 견조한 성과를 바탕으로 전고점 돌파도 눈앞에 뒀다. 지난 10일 유로스톡스50은 4057.46으로 마감했다. 전고점이던 지난해 1월5일 4392.15과는 불과 8% 차이다.



영국 FTSE 지수는 지난해 연초 대비 0.9% 상승 마감했다. 지난 9일에는 7724.94를 기록하며 전고점(2018년8월8일 7776.65)에 근접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유럽 증시 강세의 가장 큰 원인은 에너지난 해소에 있다는 분석이다.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그 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위기 등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전쟁이 발발하며 1Mwh(메가와트시) 당 340유로까지 치솟았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60~70유로선으로 급격히 하락하면서 다시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올 겨울 강추위에 대비해 유럽 각국이 천연가스 비축량을 대거 늘렸는데, 예상보다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자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가장 큰 위기로 꼽혔던 에너지 위기가 한 고비를 넘기자 인플레이션도 진정되기 시작했다. 지난 4일 발표된 독일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6%를 기록했다. 미국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전월(11.3%)은 물론 예상치(10.7%)도 크게 밑돌면서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감을 높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천연가스 가격 급락 영향이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될 경우 물가 하락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유럽이 경기침체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 혹은 이미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리오프닝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유럽 기업의 수출에서 중국은 세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의 본격적인 경제활동 재개로 해외여행이 본격화할 경우 유럽의 주요 산업인 관광과 명품을 중심으로 유럽 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기술주 비중이 미국 대비 낮은 것도 유럽 증시가 지난해 선방한 비결 중 하나다. 유럽 증시는 기술주보다 필수소비재, 은행, 원자재 등의 노출도가 높은 편이다.

올해는 높은 기준금리가 유지되는 가운데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기술주에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런 환경이다. 기술주 비중이 낮은 유럽 증시에는 오히려 좋은 상황이 될 수 있다.

인베스팅닷컴의 칼럼니스트 이스마엘 드 라 크루즈(Ismael De La Cruz)는 "거시경제 환경이 지속되는 한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유럽 증시가 미국을 앞서는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건 역시 올해 유럽 증시가 미국 대비 15~20%포인트 더 앞설 것으로 관측했다.

국내에서 유럽 증시에 투자하기 위해선 개별 종목보다는 ETF(상장지수펀드)나 펀드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유럽 기업들은 미국에 비해 정보가 적은 만큼 분산투자로 위험을 낮추는 전략이다.

국내에 상장한 유럽 ETF는 종류가 많지 않다.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로 한 △TIGER 유로스탁스50(합성 H) △TIGER 유로스탁스레버리지(합성 H) △TIGER 유로스탁스배당30 △KBSTAR 유로스탁스50(H) 4종류가 상장돼 있다. 개별 국가 ETF로는 독일 지수에 투자하는 'KOSEF 독일DAX'가 유일하다.

ETN(상장지수증권) 중에서는 레버리지 상품인 'TRUE 레버리지 유로스탁스50 ETN(H) B'와 인버스 상품인 'TRUE 인버스 유로스탁스50 ETN(H) B', 'TRUE 인버스 2X 유로스탁스50 ETN(H)' 등이 있다.

펀드 중에서는 유로스톡스50 지수를 추종하는 '삼성유럽인덱스', 유럽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슈로더유로', 유로존 주식과 채권을 혼합 투자하는 'KB유로인덱스40' 등이 대표적이다.

이승현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 매니저는 "달러가 약해지면서 미국 이외 지역의 투자 매력이 부각된다"며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주식에 대한 알파(초과수익)보다 인컴(고정수익)이 매력적이다보니 배당 성향이 높은 금융, 제약, 금속 기업이 많은 유럽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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