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차세대 CPU 나왔다…삼성에 반등 기회 오나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3.01.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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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주 인텔코리아 데이터센터 사업 담당이 11일 4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인텔코리아 나승주 인텔코리아 데이터센터 사업 담당이 11일 4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인텔코리아


미국 인텔이 차세대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를 본격 출시하면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달아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통상 신규 CPU가 나오면 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이에 최적화된 규격의 D램도 함께 바꿔서다. 나아가 이번 CPU가 처음으로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메모리업체 수익성 폭을 한껏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텔코리아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4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사파이어래피즈) 출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인텔이 10일(현지시각) 사파이어래피즈 출시를 공식화하면서 진행하는 국내 제품 설명회다. 인텔은 지난해 말 사파이어래피츠 양산을 시작해 일부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제품 공급을 진행해왔다. 이번 출시 발표는 대량 양산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했고, 전방위 공급을 개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근 2년 만에 차세대 제품을 내놨다. 이번 칩은 전작 대비 기본 컴퓨팅 성능이 53% 향상됐다. AI(인공지능) 추론과 학습 성능은 최대 10배, 5G(세대) 네트워크 vRAN(랜) 워크로드 용량은 최대 2배 끌어올렸다. 네트워킹·스토리지 성능도 최대 2배 올려준다. 95% 적은 코어로 더 높은 데이터 압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한국 데이터센터영업 총괄(상무)은 "전 세계 CPU 가운데 내장된 가속기가 가장 많은 제품(12개)으로 AI와 데이터 분석, 네트워킹, 보안, 스토리지 및 HPC 전반에서 컴퓨팅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팹 신설을 추진 중이고 다양한 파트너사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 차세대 CPU 나왔다…삼성에 반등 기회 오나
메모리 업계에서는 인텔의 차세대 CPU 출시를 기다려왔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등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신규 CPU가 나올 때마다 이를 함께 구동할 D램과 낸드플래시를 주문하는데, 이들 제품은 타 분야 대비 고부가가치다. 서버용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총매출 가운데 40% 안팎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최신 규격인 DDR5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DDR5는 기존 DDR4 대비 두배 이상 빠른 속도에 전력 효율은 30% 높다. 서버같이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제품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D램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했으나, DDR4와 수익성을 비교하면 20~30%가량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발표 때마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 사파이어래피즈 출시 기대감을 내비쳐온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전통의 강자인 인텔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영향력이 압도적"이라며 "경쟁업체들이 앞서서 차세대 CPU를 선보였으나 메모리 업계가 인텔 제품을 기다려온 이유"라고 말했다. 인텔은 지금까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를 총 8500만개 정도 출하했다. 3세대 제품만 보면 최근 2년 이내 1500만개 제품이 팔렸다.

DDR5 세대 교체로 생기는 부가적인 효과도 적잖다. D램 모듈 한 개 기준 PMIC(전력관리반도체) 사용량이 기존 1개에서 4개로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업계 인사는 "DDR4의 경우 메인보드의 PMIC가 4개의 D램 모듈을 관리하지만, DDR5에서는 D램모듈 하나에 PMIC 하나가 탑재된다. DDR5 성능 증가로 PMIC 역할 비중이 커지는 것"이라며 "D램 모듈용 PMIC를 생산 중인 삼성전자 실적에 긍정적"이라 설명했다.


관건은 수요다. 메타버스와 AI,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상용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데이터센터 성능 개선을 위한 차세대 CPU 채택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당장에 교체 수요가 활발히 일어날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데이터센터 업계가 전기요금과 건설 비용 부담으로 계획했던 투자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는 영향이다.

이에 대해 인텔은 고객사뿐 아니라 다수의 파트너사에서 사파이어래피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나승주 상무는 "현재 각 고객사를 위해 진행 중인 제품 디자인 설계가 400개 이상"이라며 "인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라 말했다. AWS, 시스코, 클라우데라, 코어위브, 델 테크놀로지스, 드롭박스, 구글 클라우드, 에릭슨, 후지쯔,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IBM 클라우드,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엔비디아, 오라클 클라우드, OVH 클라우드 등 직접적으로 고객사를 콕 짚어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제품 채택과 별개로 사파이어래피즈의 보급 확대 속도는 어느 정도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물음에는 말을 아꼈다. 나 상무는 "이달 말에 예정된 실적발표를 참고해달라"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사파이어래피즈 출시 지연으로 다음 세대 칩 출시 일정과 간격이 좁혀진 부분에 대해서는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메모리 사업 부진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69% 줄었다.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7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고, 2위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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