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양곡관리법에 대한 소고(小考)

머니투데이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2023.01.12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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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충남대 교수김성훈 충남대 교수


우리 주식인 쌀은 농업을 대표하는 작물임과 동시에 식량안보의 근간을 이룬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시작된 녹색혁명에 성공하기 전까지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시달렸기에 쌀 공급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1948년 제정된 '양곡관리법'도 이러한 결과물인데 양곡의 수급조절을 통해 식량확보와 경제안정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양곡관리법' 개정을 두고 논란이 진행 중인데 시장에 초과공급되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조항 때문이다. 이는 공급과잉으로 쌀가격이 하락해 쌀농가의 소득이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의 시장개입을 통해 쌀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 쌀 생산 기반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다. 특히 개정안에 찬성하는 쪽은 기후변화로 인한 곡물생산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쌀가격 하락으로 벼 재배면적이 계속 줄어들면 돌이킬 수 없는 식량안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그동안 2·3차산업 육성과 도시화 등으로 농업이 소외되고 농민이 농촌을 떠나가는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쌀만큼은 꼭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일견 공감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농민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 국민 입장에서 타당한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이는 '양곡관리법'이 개정될 경우 매년 국민의 혈세로 마련되는 국가예산의 상당 부분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연구기관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현 상황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따라 정부가 쌀의 초과공급분을 의무구매할 경우 올해는 7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이후 투입예산 규모가 점점 늘어 2030년에는 1조4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벼 재배면적은 2022년 73만㏊에서 2030년 70만㏊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쌀 소비량이 2022년 54.4㎏에서 2030년 45.5㎏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의 쌀 초과공급량에 대한 의무구매가 벼 재배면적의 감소속도를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쌀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가 변하지 않는 한 대세의 변화는 없기에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나아가 매년 정부의 쌀시장 개입으로 소요되는 예산을 농업 경쟁력과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전술한 분석결과를 보면 2030년까지 평균적으로 1조원의 예산이 매년 투입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해당 금액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의 생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입하는 예산의 8%고 쌀을 포함한 식량작물 생산을 위해 투입하는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다. 나아가 농식품부가 농식품바우처 등으로 취약계층과 임산부·학생에게 먹거리를 지원하는 사업예산의 7배 이상의 금액이 쌀가격 지지를 위해 소요된다.



농업경제학자로서 쌀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추가 소요될 예산의 타당성에는 의문이 있다. 무엇보다 쌀 자체의 자급률이 10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최적화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비단 농업경제학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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