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많이 마셔도 목마르고 먹어도 체중 줄어 당뇨병이 보내는 신호가 있다. 소변량이 많아지고, 목이 계속 말라 물을 많이 마시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박정환 교수는 "혈액 속 포도당이 많아진 당뇨병 환자는 소변으로 포도당이 빠져나가는데, 이때 포도당이 다량의 물을 끌고 나가게 돼 소변량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몸속 수분이 부족해져 갈증을 유발하고, 물을 더 많이 찾게 된다. 심한 공복감도 증상이다. 이는 섭취한 탄수화물이 소변으로 빠져나가 에너지로 이용되지 못하면서 공복감이 심해지고 점점 더 먹으려 하지만 몸무게는 되레 줄어든다. 극심한 피로감과 식곤증, 시야 이상, 상처 회복 속도 저하 등도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박 교수는 "하지만 당뇨병 환자 대다수가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을 당시엔 특별한 증상이 없다"며 "이 때문에 당뇨병인지 모르고 지내다가 뒤늦게 당뇨병을 진단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들 당뇨병은 왜 생길까. 제1형 당뇨병은 신체 면역체계 이상으로 면역체계가 이물질이 아닌, 몸속 세포·장기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이 원인이다. 자가면역이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공격해 인슐린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인슐린이 부족해진다. 제1형 당뇨병은 주로 어린 나이에 발병하지만, 성인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당뇨병의 2% 미만을 차지한다.
가장 흔한 당뇨병인 제2형 당뇨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작용해 발병한다. 제2형 당뇨병의 환경적 요인 가운데 대표적인 게 비만이다. 과식하거나 설탕을 포함한 탄수화물과 지방을 과다 섭취하는 경우, 평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비만 발생 위험이 커진다. 박 교수는 "비만은 몸 안의 인슐린 성능을 떨어뜨려 제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을 키운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도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병을 일으키는 '의외의 원인'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몸에서는 '에피네프린'이란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이 혈당을 높인다. 단, 이 반응은 지속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더 지속하는 경우다. 이럴 땐 부신피질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나오는데, 코르티솔은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한다. 당뇨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당뇨병이 발병할 수 있다.
또 다른 의외의 원인은 '콕사키'라는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 영국의 학자들은 제1형 당뇨병이 감기가 유행한 다음에 많이 생기고, 그 원인이 '콕사키'라고 하는 바이러스라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발생하는 연령도 유치원에 입학하는 5~6세의 어린이나 중학교에 입학하는 13~14세 청소년에게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최근엔 콕사키 바이러스 외에도 여러 바이러스가 제1형 당뇨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뇨병 환자, 겨우내 움츠렸다간 당화혈색소 '급상승' 당뇨병은 완치가 가능할까. 질환·약물 등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당뇨병은 그 원인 질환을 치료하거나 약물을 중지할 경우 당뇨병이 완치될 수 있다. 그러나 제1형 당뇨병, 제2형 당뇨병은 완치가 힘들다. 지속해서 잘 관리해 당뇨병 관련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이 당뇨병이 발병하기 전(前) 단계인 공복혈당 장애일 때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다. 식사·운동요법을 통해 체중을 관리하고 비만을 개선하면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막을 수 있다.
당뇨병을 예방하려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알맞은 양의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는 게 중요하다. 설탕·꿀·콜라 등에 든 당분은 당 구조가 단순한 '단순 당'이다. 단순 당은 체내에서 소화·흡수가 빨라 혈당을 빠르게 높이므로 이들 식품의 과다한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식이섬유는 혈당, 혈액의 지방 농도를 낮추므로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소금 섭취량을 줄이고, 영양소는 포함되지 않으면서 열량은 많은 술은 가능하면 피한다. 과일은 말린 과일이나 주스 형태로 먹는 것보다 딴 상태의 과일을 그대로 먹을 때 과당의 과식을 막을 수 있다. 과일을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으면 껍질에 풍부한 식이섬유를 함께 먹는 방법이다.
운동은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조절하는 데 크게 도움된다. 운동은 신체 내 당질대사를 활발하게 해줄 뿐 아니라 잉여 칼로리를 소모해 비만을 예방하게 해준다. 또 운동은 심폐 기능을 개선하고 근골격의 건강을 돕는다. 또 혈관을 건강하게 만들어 혹시 모를 심혈관계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미 당뇨병으로 진단받았다면 겨울철 운동을 통한 혈당 관리에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춥다고 실내에서 계속 움츠리면 칼로리 소모를 줄여 혈당 조절 실패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기영 교수는 "신년 모임과 설 명절은 과식을 유도해 식단 조절을 어렵게 한다"며 "실제로 겨울철엔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수치가 매우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했다.
운동은 환자의 상태에 맞게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해 강도를 점점 높이는 게 좋다. 5~10분간 준비운동을 하고 20~30분간 강도 높은 운동을, 이후 15~20분간 큰 힘이 들지 않는 운동 순으로 진행한다. 운동이 힘들다면 일상 속 신체 활동량을 늘리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예컨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한두 정거장은 미리 내려 걷는 방식이다. 단,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무리하게 운동하거나 달리는 건 삼가야 한다. 당뇨병 환자 상당수는 혈관에 LDL 콜레스테롤이 많이 쌓여 있는데, 이로 인해 좁아진 혈관이 추위로 급격하게 수축하면 뇌졸중 같은 혈관 질환을 유발할 위험을 키우기 때문이다. 또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혈당 조절이 어려운 당뇨병 환자라면 운동을 무리하게 했다가 오히려 당뇨성 혼수나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 합병증이 있다면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는 운동을 피해야 한다.
제1형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 주사로 치료받아야 한다. 또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식사·운동 요법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을 때 약물요법을 시작한다. 혈당 조절 상태에 따라 경우 혈당강하제를 복용하는 방법, 인슐린 주사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P-1 RA)를 함께 사용하거나 단독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약물요법을 시작하더라도 식사·운동 요법을 병행해야 혈당을 잘 조절할 수 있다. 최근엔 바늘로 찔러 피를 내지 않아도 24시간 혈당을 연속해서 측정하는 연속혈당 측정기, 인슐린을 필요로 하는 양만큼 자동 주입하면서 췌장의 기능 회복을 돕는 인슐린 펌프 등이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해 혈당을 관리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