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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규모는 스위스 국내총생산(GDP) 추정치 7445억 스위스프랑의 약 18% 수준인 동시에 은행이 설립된 1906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전 최대 적자 규모는 2015년의 230억 스위스프랑이었다.
블룸버그는 "SNB의 배당금 지급 불가 방침은 은행 설립 이후 이번이 두 번째"라며 "은행은 지난해 연방정부와 자치정부에 6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했었다"고 설명했다. SNB의 배당금 미지급으로 26개 자치구 행정부 다수의 예산 조정도 불가피해졌다. 한 자치구 재무 책임자는 스위스 현지 언론에 SNB의 손실 및 배당금 미지급에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미 예상했던 수순이라고 말했다.
외신은 유럽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른 스위스프랑 강세로 보유 외화의 가치가 추락하고, 금리인상 등에 주식과 채권 손실이 커진 것을 SNB의 적자 전환 배경으로 꼽았다. 블룸버그는 "SNB의 이번 적자는 전 세계적 '금리인상'이 중앙은행의 금융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그에 따른 재정 결과를 보여주는 가장 놀라운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스위스프랑과 유로 /AFPBBNews=뉴스1
그러나 지난해 각국의 금리인상 행보에 유럽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스위스프랑이 강세를 보였다. 이에 SNB가 보유한 외화 가치가 하락했다. CNBC에 따르면 스위스프랑 환율은 지난해 6월 2015년 '1유로당 1.2스위스프랑' 고정환율제 폐기 후 처음으로 1유로를 넘어섰고, 지금도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 감행했던 금리인상 여파로 보유 주식 및 채권의 가치가 하락한 것도 적자의 원인이 됐다. SNB는 지난해 12월 2022년 세 번째 금리 인상에 기준금리를 1%까지 끌어올렸다. 스위스는 지난해 6월 15년 만에 첫 금리인상에 나선 데 이어 9월에는 사상 첫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서며 마이너스 금리 시대 종료를 알렸다. 6월과 12월 인상 폭은 0.5%포인트였다.
SNB는 사상 최대 적자에도 물가안정을 위해 기존의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토마스 조던 SNB 총재는 지난해 12월 금리인상 발표 당시 추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많은 금리인상을 촉발할 것이라며 경기침체, 적자 우려에도 당분간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인상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SNB도 보도자료를 통해 "중기적으로 물가안정을 위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스위스 J.사프라 사라신은행의 카르스텐 주니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스위스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1%포인트 높은 2%로 추가 인상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