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빈 알디프 대표/사진=홍봉진 기자
지난해 12월, 업력 치곤 다소 늦은감이 있는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알디프의 이은빈(35) 대표는 "잠시 접어야만 했던 꿈을 다시 펼쳐볼 수 있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요즘 유행하는 '오마카세'(일본식 코스요리)처럼, 차(茶)를 코스요리처럼 즐기는 예약제 플래그십 매장 '티 바(Tea Bar)'라는 아이템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은빈 대표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5년여 만에 다시 만났다.
"이 분위기 우려낸듯" 女心 녹인 '블렌딩茶' 제목의 2018년 9월 18일 게재 기사
스페이스 오디티, '우주는 무슨 맛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알디프의 시그니처 블렌딩 티다. 우주에서는 공기가 없어 냄새를 맡을 수 없는데, 우주에 포름산에틸이라는 물질이 지구의 파인애플, 라즈베리의 방향성 물질과 같다는 정보에 '그렇다면 우주에서는 사실 라즈베리의 향이 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보고 보랏빛을 띄는 천연 허브에 파인애플과 라즈베리의 향, 그리고 심신의 안정을 돕는 허브를 블렌딩해 우주의 빛과 향을 띄도록 만들었다. 2022년 세계 미각 대회 (Superior Taste Award) 3스타 (최고점) 수상작/사진=알디프
▶차 원료 효능, 원산지, 성질, 맛, 향, 색 등은 물론이고 차를 마시며 떠오르는 상황, 향, 맛,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 등을 전부 고려하다 보니 그렇게 작명하게 됐다.
▶'스페이스 오디티'다. 색이 변하는 우주차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돼 누적 판매량이 20만잔 정도 된다. 지난해 세계 최대 식음료 대회인 '국제미각대회'(Superior Taste Award)에서 최고 등급이라고 할 수 있는 쓰리스타를 수상했다.
-처음 세웠던 플래그십 매장 확장 계획은.
▶창신동 2호점은 오픈하자마자 코로나가 터져 6개월만에 문 닫았다. 이때부터 온라인 주문판매로 사업 체질을 전환했다.
▶하다가 중간에 단종했다. 향수 만드는 데 필요한 에탄올이 손소독제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원가가 3배 이상 오르고 품귀현상도 빚어 구하기 어려웠다. 돌이켜 보니 코로나 때문에 정말 많은 변화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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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동안 어떻게 먹고 살았나.
▶코로나로 카페에 가기 어려웠고, 웰빙에 대한 관심도가 늘면서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차 선물이 많이 나갔다. 매년 몇 백 퍼센트씩 온라인 거래량이 늘었는 데 코로나 이전 대비 2022년에는 600% 이상 증가했다.
-당초 세운 사업계획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원래는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 기반 사업 모델이었는데 B2B(기업간 거래) 기반 '콜라보 차' 제작 건수가 더 많아졌다. 차를 소재로 특별 제작한 굿즈로 재미를 봤다. 이를 테면 네이버 웹툰 '스위트홈'과 콜라보한 제품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에서 인기몰이 하면서 많이 나갔다. 이밖에 리디북스가 이(e)북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선보인 '책 읽을 때 마시는 차 3종', 글래드 호텔과 함께 만든 '글래드 꿀잠 티', 화장품 브랜드 미샤와 콜라보한 제품 등 다양한 PB(자체브랜드)상품을 선보였다. 최근엔 디자인 호텔이 붐을 이루면서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고급 웰컴티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다.
스위트홈, 넷플릭스 동명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네이버 웹툰 '스위트홈'과의 콜라보 제품/사진=알디프
▶사업도 사업이지만, 코로나 때 차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 큰 도움이 됐다. 창업 당시만 해도 일반 커피숍에서 차를 찾는 사람들을 찾아 보기 어려웠는데, 지금 스타벅스 매장에 가보면 자몽 허니 블랙 티 등을 시켜 즐기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주문하는 걸 1시간 동안 계속 지켜본적 있는 데 대략 25%가 커피 대신 차를 주문했다. IR(기업공개) 데모데이에 가서 굳이 차 시장 규모와 시장성을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다. 사실 차값이 다른 커피에 비해 고가지만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스타벅스와 공차가 고급차 가격에 대한 저항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할까. 그런 측면에서 감사하다.
글래드 호텔과의 콜라보 제품 '글래드 꿀잠 티'/사진=알디프
▶요즘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연구하는 트렌드가 비건(채식주의)이다. 이를 위해 우유 대신 식물성 원료로 제조한 아몬드 밀크와 같은 우유 대체품이나 설탕을 대신해 건포도, 무화과 등에서 추출한 알룰로스 등 저칼로리 대체당 옵션을 넣은 티 제품을 개발 중이다. 예컨데 작년 12월초 신규 브랜드 '크림차'를 론칭했는 데 콩을 삶아 크림으로 만들었다.
티 코스를 운영하며 개발한 수백여 가지 티 음료를 기반으로 제작한 신규 브랜드 '크림차'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한 팝업스토어. 크림차는 100% 식물성 비건 크림, 저칼로리 대체당 옵션 등을 제공하며 음료의 베이스와 크림, 당도, 당 종류 등을 취향에 따라 커스텀할 수 있다/사진=알디프
▶늘 이런 생각을 해왔다. 우리나라엔 왜 싱가포르 명품티 TWG와 같은 브랜드가 없을까. 중국 못지 않게 지금은 우리 사는 곳곳에도 커피전문점이 많고 한 해 소비량도 월등한데도 말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핫'한 나라가 됐다. 'K푸드'도 덩달아 인기를 끈다. 이번 미국 전시회 참여를 시작으로 전 세계 전무후무한 우주티와 '한국의 사계'와 같은 티 코스 등을 선보이며 'K티' 붐도 일으켜 보겠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