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곳은 많은데 늦어지는 바닥 확인"…고심 깊은 양대 화학사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3.01.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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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 16년 만에 적자 전망·롯데케미칼, 3개 분기 연속 적자 전망 등

"투자할 곳은 많은데 늦어지는 바닥 확인"…고심 깊은 양대 화학사


화학업계의 지난한 바닥찾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양대 화학기업이라 할 수 있는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눈높이가 1월 들어 잇따라 하향 조정중이고 롯데케미칼은 4분기에 적자를 이어갔을 것이란 관측이다. 올 한 해 화학업계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타격과 금리 상승기 신사업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과제를 모두 극복해야 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학업계 지난해 4분기 수익성에 대한 추정치가 잇따라 하향되는 추세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에 대한 지난해 4분기 매출액 추정치는 각각 전분기 대비 5.7% 늘어난 14조9816억원, 0.8% 늘어난 5조7295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LG화학이 13.4% 감소한 7807억원, 롯데케미칼은 적자를 이어간 926억원이다.



1월 이후 보고서를 내고 있는 개별 증권사 전망치는 좀 더 보수적이다. 최근으로 올수록 기대치를 더 낮추는 상황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LG화학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에 대해 약 4988억원으로 예상하면서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석유화학 업황의 추가적 둔화, 정기보수 영향, 배터리 자회사 및 배터리 소재 사업 실적 하향 등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하더라도 3분기를 바닥으로 4분기에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현재는 적자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다.

조 연구원은 "(11월 이후) 원/달러 환율 및 나프타의 추가 하락과 업황 부진 지속으로 적자를 지속할 전망"이라며 "영업손실액은 약 777억원으로 컨센서스와 유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는 공통의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다. 반도체, 자동차, 가전 등 전방 산업 모두에서 실적·수요가 하향하면서 기초소재에도 부정적 효과가 전이된 것이다.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원인이 가장 크고 기업들도 대규모 설비투자에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LG화학은 주력 사업부 중 한 곳이라 할 수 있는 석유화학사업본부에서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란 관측들이 나온다. 1월 이후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별로 300~400억원대 적자를 예상했다. 증권가 예측대로 LG화학 석유화학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한다면 이는 2006년 2분기(-55억원) 이후 약 16년 만이다.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4분기 올레핀 사업에서 8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란 증권가 추정들이 나온다. 올레핀은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으로 구성되며 범용 원료인만큼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여겨진다.

최근 들어 환율 및 원료가가 하향된 것도 4분기 실적에 부정적 요인이다. 비싸게 원료를 샀지만 최근 수요는 급감해 판가가 그만큼 올라오지 못했다. 이밖에 4분기 정기보수, 화물연대 파업 등도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문제는 올 한 해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초 지난해 2~3분기 저점을 찍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4분기 상황이 더 안 좋아졌는데 올 해 회복세도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화학업계 수익성이 평년 대비 30%, 40%, 심지어 50% 떨어질 것이라 보는 곳이 나올 정도"라며 "올해 상반기 중 바닥을 확인하고 가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익성에 대한 기대는 제한적인데 돈이 들어갈 곳은 많다. 국내외 화학기업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운 만큼 사업전환을 지체할 수 없어서다. 신용평가사들도 올해 석유화학 업종에 대해 비우호적 여건임을 강조하면서 현 사업 측면에서는 경기침체의 극복과 미래 사업 측면에서는 자금조달이 관건이 될 것으로 봤다.

롯데케미칼은 올 해 총 2조7000억원 규모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작업을 마무리지어야 하고 LG화학은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장해야 하는 등 향후 4~5개년 간 배터리 자회사를 제외하고도 매년 5조원 가량의 설비투자(친환경, 배터리 소재, 바이오 등)를 계획중이다.

한국신용평가 강병준 수석애널리스트는 올해 석유화학사업 전망에 대해 "중국 수요 개선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가 석유화학수요 성장폭을 제한하고 있다"며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대규모 투자부담이 이어질 전망으로 업체별 투자 및 재무부담 변화 수준, 투자 성과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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