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 배달 스타트업 '셔틀 딜리버리(Shuttle Delivery)'를 운영 중인 제이슨 바테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바테 대표는 "학력 혹은 지연 등 인적 네트워크 의존도가 높은 폐쇄적인 환경이다 보니 외국인 창업가가 정착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10년 넘게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 몸담아왔지만 국내 VC로부터 투자 유치는 받지 못했다. 바테 대표는 "그동안 한국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데 공을 들였다"며 "관계를 쌓고 '계속해서 한국을 중심으로 성장하겠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9년 한국에서 패션 플랫폼을 창업한 외국인 A씨는 "최근 사업 확장을 위해 후속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한국인 직원 채용 수가 적다'는 이유로 외면 받았다"며 "협업 파트너사들이 대부분 한국 기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채용 여부를 문의했다"고 말했다.
오픈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에 오픈이노베이션을 제안해도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설령 오픈이노베이션 협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원활하게 진행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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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출신 창업가가 설립한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은 2019년 국내 대기업 CVC(기업형 벤처캐피탈)와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협약을 맺었지만 3년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VC 업계도 이런 지적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는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폐쇄적인 분위기가 있었다"며 "그러나 K-브랜드 인기로 외국인들의 한국 창업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분위기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2016년 시작한 외국인 창업 프로그램이다. 씨엔티테크는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의 액셀러레이터(AC)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다만 전 대표는 "한국의 기술력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에 걸맞는 기술력과 서비스를 갖추지 못하면 외국인 스타트업도 살아남을 수 없다.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종·국적 달라도 우린 K스타트업...글로벌화 위해선 다양성 중요"-외국인 스타트업 네트워크 '서울스타트업스' 마르타 알리나 이사
지난해 7월 개최된 서울스타트업스의 '커뮤니티 캠프파이어'에서 (왼쪽 위부터)마르타 알리나, 크리스티안 피포니데스, 폴린 조, 칼리아 림 등 커뮤니티 리더들이 서울스타트업스의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서울스타트업스 유튜브
◇"우리끼리라도 모이자"…설립 7년차 맞은 서울스타트업스
지난해 컴업2022에서 'VIP컨퍼런스 인 부산' 행사를 진행한 마르타 알리나 사우스벤처스 이사. /마르타 이사 제공
그가 서울스타트업스를 조직한 것은 2017년이다. 시작은 강남의 한 작은 술집에서였다. 당시 씨엔티테크에 재직 중이던 알리나 이사는 외국인 창업가 정착 프로그램인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에 지원한 창업가들을 만나 한국 생활의 고충을 들었다. 대부분 언어나 문화 등에 대한 문제였다. 알리나 이사가 모든 걸 도울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하나만큼은 해결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타지 창업가로 겪는 '외로움'이었다.
알리나 이사는 그 길로 메신저 슬랙에 채널을 개설하고 외국인 창업가 10여명을 초대했다. 한국인 네트워크에 들어갈 수 없다면 외국인끼리라도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시간이 흐르며 외국인 창업가들과 한국 스타트업에 종사 중인 외국인 직원들의 합류가 이어졌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한 스타트업 생태계 관계자라면 내국인 가입도 막지 않았다. 10여명에서 시작한 서울스타트업스는 지난해 회원수가 3765명까지 늘어났다.
◇"대기업 협업 기대, 유학와서 창업…외국인의 한국창업, 이유는 다양"
두번째는 유학, 결혼, 주재원 등으로 한국에 정착해 생활하다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다. 알리나 이사는 "사실 이 유형이 대부분"이라며 "한국 생활 중 사업아이템을 찾고 창업에 도전하는 유형"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학생창업기업 VHP나 삼성전자 사내벤처 태그하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 브라질, 인도 출신 대표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서울스타트업스에는 이처럼 서로 다른 배경의 외국인 창업가들이 모여서 네트워킹하고 성장을 도모한다. IR행사나 정부지원사업 설명회 등도 진행한다. 올해 첫 정책설명회는 '오아시스(창업이민종합지원시스템)' 등 비자 관련 설명회로 예정돼 있다. 알리나 이사는 "최근에는 서울산업진흥원(SBA), 아산나눔재단, 창업진흥원 등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후원해주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외국인 스타트업, 세금주머니 아냐…올해 인바운드 창업 지원 기대"
중기부는 올해 스타트업 글로벌화 정책의 일환으로 인바운드 창업 활성화를 추가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에는 알리나 이사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도 진행했다. 알리나 이사는 "한국의 밀레니얼(MZ) 세대는 이미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만 정부·기업의 고위관계자들은 아직도 폐쇄적이어서 걱정"이라며 "다행히 최근 분위기가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어서 반갑다"고 말했다.
서울스타트업스와 알리나 이사도 이같은 분위기에 발맞춰 외국인 창업가 지원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올해는 '서울스타트업스'에 이어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한 '사우스사이드 스타트업스'를 조직할 계획이다. 알리나 이사는 "부산·울산·경남에도 외국인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며 "남부 지역에서 커뮤니티를 시작해 외국인 네트워크의 지역범위를 넓히고 K스타트업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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