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집을 단기에 사고 팔라고?

머니투데이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2023.01.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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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완화 속도가 집값 하락만큼 빠르다. 문재인 정부가 5년에 걸쳐 묶고 또 조여 묶었던 규제 보따리를 윤석열 정부는 반년 만에 거의 다 풀어냈다. 법을 바꿔야 시행될 수 있는 문제들이 남았지만 이제 부동산 규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빼면 사실상 5년 전으로 돌아갔다.

규제 완화 속도가 빨라진건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우려가 커져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경착륙 위험이 높기 때문에 특히 수요측의 규제를 과감하고 속도감있게 풀어야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착륙 위험은 규제 완화 속도를 설명할 뿐 규제 완화의 배경엔 '시장 논리로의 전환'이 깔려 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부동산, 환경 문제를 정치와 이념의 문제로 인식했다. 정부가 이것을 어떤 이념이라는 차원에서 접근을 하면 시장이 왜곡된다"고 강조했다.

많은 이들이 지적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이념의 문제를 끌어들였다. '토지공개념' 논란까지 벌어졌을 정도였다.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곳", 이 한 문장에 문재인 정부의 주택 철학이 담겨 있었다. 집값 상승은 탐욕스러운 수요에 있다고 보고 수요를 억제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니 주택을 많이 산(Buying) 다주택자들은 척결해야 할 투기 세력이 됐다. 반대로 세입자들에게는 오래 살(Living) 권리를 줬다.



윤 대통령은 "주택의 수요 공급 시장이라는 기본적인 시장 원리를 존중하는 가운데 정부는 집값이 예측 가능하게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관리만 해야 된다"고 밝혔다.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은 180도 달라졌다. 올해 경제정책방향 자료에는 '다주택자 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거래 주체로서의 역할 강화'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다주택자는 척결 대상이 아니라는 선언이었다. 집이 여러 채 있다고 말할 수 없었던 다주택자는 이제 당당한 시장의 거래 주체로 위상이 달라졌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집값이 쌀때 사모으고, 비쌀때 물량을 내놓는 재고 조절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금리 탓이든, 공급 부족 탓이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실패한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라고 국민들이 정권을 교체했다.


하지만 시장원리를 존중하겠다는 정책 방향이 주택을 자칫 투자 대상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 법과 제도는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장치다. 인센티브를 주면 장려하겠다는 뜻이고 패널티를 주면 하지 말라는 의미다.

주택이나 분양권을 1년 이내에 매매하면 양도세율이 70%였지만 정부는 이를 45%로 낮추기로 했다. 1년 이상만 보유하면 단기 양도세율이 없다. 지금은 최대 60%다. 분양권 전매제한도 풀려 둔촌주공 분양권은 1년만 보유해도 팔 수 있게 됐다. 양도세율이 70%에 달할 때도 지방을 돌며 단타를 치는 세력들이 있었는데 시장은 단기양도세율의 개편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실거주와 현금 14억원을 각오하고 둔촌주공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에게 실거주의무를 없애고 중도금대출을 허용해 주면 자금이 부족해 포기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신호를 주게 될까. 실거주 의무를 면제받고 대출까지 받게된 현금부자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 다주택자에게 대출을 열어주고 양도세를 낮춰주면 그들은 정부의 바람처럼 '수급을 조절해 시장을 안정시킬 세력'이 될까.

주택은 사는(Living) 곳이자 사는(Buying) 재화다. 부동산이 거의 전재산이고 부동산이 재산증식의 거의 유일한 수단인 한국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주택은 '사는 곳'의 가치만을 가져야 한다고 우겼던 문재인 정부는 실패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주택을 주식처럼 단기에 사고 팔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사진=인트라넷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사진=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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