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고핵산 항암제 임상 성공, 가까워진 암정복…이 업체는 웃었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1.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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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형성이상증후군 신약 '이메텔스타트' 임상 3상 성공
국내 올리고핵산 CDMO 업체 에스티팜, 직접적 수혜 예상

올리고핵산 항암제 임상 성공, 가까워진 암정복…이 업체는 웃었다


미국 바이오기업 제론(geron)이 개발하는 RNA 암 치료제가 임상 3상에 성공했다. 내년 초 규제기관 승인을 받으면 전 세계 최초의 RNA 항암제가 탄생하게 된다. RNA 치료제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올리고핵산)를 원료로 하는데 국내에서는 에스티팜 (85,700원 ▼700 -0.81%)이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이다. 이미 제론으로부터 임상용·상업화 원료의약품 물량을 수주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에스티팜에는 이번 임상 결과가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론은 4일(현지 시각) 혈액암 치료제 후보물질 '이메텔스타트(Imetelstat)'의 성공적인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메텔스타트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치료하는 RNA 치료제다.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을 타깃하는 RNA 치료제는 나왔지만 아직 항암 분야에서는 신약이 없다.



임상 시험은 이메텔스타트를 투약한 치료군과 위약군으로 나뉘어서 진행됐다. 분석 결과, 이메텔스타트 투약 후 8주 차에 수혈을 받지 않아도 되는(비의존) 환자의 비율은 치료군에서 39.8%(47명)였다. 위약군에서는 15%(9명)에 불과했다. 수혈받지 않아도 되는 환자의 비의존 지속기간 중앙값은 1년에 근접했다. 안전성은 이전 임상 시험과 유사했으며 새로 보고된 이상반응은 없었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골수가 적혈구, 백혈구 등 건강한 혈액세포를 만들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 환자들은 빈혈과 출혈 등 증상을 보이고 수혈을 반복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메텔스타트를 투약했더니 8주 차에 들어서 환자 10명 중 4명이 더는 수혈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이 상태가 약 1년간 지속됐다는 게 임상 결과의 핵심이다.



임상 결과 발표 직후 나스닥에 상장된 제론의 주가는 한 주당 2.4달러에서 3.73달러로 55.42% 뛰었다.

이메텔스타트의 기전은 텔로머라아제 저해다. 텔로머라아제는 텔로미어라는 효소를 생성한다.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 시 닳아 없어지는데 모두 사라지면 결국 세포가 노화하고 사멸한다. 암세포는 돌연변이로 텔로미어를 계속 활성화해 죽지 않고 분열한다. 이메텔스타트로 텔로머라아제를 억제하면 텔로미어 활성이 차단되고, 암세포도 보통의 정상 세포처럼 일정 횟수 분열한 뒤 자동으로 사멸하게 되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만 보면 암 정복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스티팜 반월공장 전경에스티팜 반월공장 전경
국내 기업에서는 에스티팜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RNA 치료제의 원료는 올리고핵산이며 에스티팜이 해당 원료의 CDMO 사업을 영유하고 있다. 앞서 에스티팜은 혈액암 치료제의 임상 시험용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계약 상대방과 어떤 약물인지는 계약상 비공개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제론과 이메텔스타트로 추정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2021년 글로벌 임상 3상 진행 중인 올리고핵산 혈액암 신약의 허가 신청(NDA)을 위한 상업화 시험 생산(PPQ) 배치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PPQ는 세 번의 시험 생산을 통해 의약품이 균등한 품질로 생산되고 있다는 걸 입증하는 것으로 신약 허가 신청에서 필요한 절차다.


RNA 항암제는 보통 약보다 투여되는 올리고핵산의 양이 많다. 현재 시판되는 이상지질혈증 RNA 치료제는 환자 한 명당 1년에 600㎎의 올리고핵산이 들어가지만, 이메텔스타트에는 이것의 10배인 6000㎎이 투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에스티팜은 현재 혈액암 치료제 상업화 물량으로 571만달러를 수주했다. 내년 초 이메텔스타트의 허가 승인을 예상한다면 앞으로 수주 물량은 훨씬 많이 늘어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론이 2분기 안에 NDA를 제출하고 내년 초 상업화 승인을 받겠다고 밝혔다"며 "임상 3상 결과 발표 이후 매우 빠르게 허가 신청을 할 수 있는 것도 CDMO 업체가 PPQ 배치 생산을 끝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론은 이메텔스타트가 12억달러 피크 세일의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올해 하반기 상업화 물량의 초도 생산이 들어간다면 에스티팜 이익률과 매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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