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장난감, 뭘 사줘야 할지 고민 끝…커지는 '구독시장'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2023.0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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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브랜드 혁신 스캐너 #11 - "장난감 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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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이미지/사진=flickr장난감 이미지/사진=flickr


아이를 위한 것에는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먹는 것, 입는 것은 물론이고 장난감 하나를 고를 때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장난감은 단순히 놀이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지능과 정서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소재와 안전성, 기능까지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게 많다.

뭘 사줘야 할지 고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장난감은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고가 제품이 아니더라도 종류가 많고, 더욱이 일정 기간 가지고 논 이후에는 지루해 하거나 연령에 맞지 않는 등의 이유로 새로운 제품을 계속해서 구입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한 아이가 커가는 동안 장난감 구입에 평균적으로 약 6500달러를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최근 디지털 시대를 맞아 장난감 시장에서도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해 각광받는다. 바로 구독이다.

구독은 일정액을 내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디지털 시대를 맞아 더 주목받고 있다. 단지 모바일 이용이 일상화하면서 서비스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다 정교한 구독 비즈니스 설계가 가능해져서다.



대표적으로는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구독을 비롯해 신선식품 등 식재료, 면도날, 세탁물, 책, 영양제, 와인 등 다양한 품목과 서비스에서 구독 서비스가 도입됐다.

소비자 비용 부담·보관 부담↓, 환경보호는 ↑
장난감도 구독 모델이 주목받는 제품 중 하나다.

장난감은 이용 기간이 짧아 매번 구입해 소장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비용이 아니더라도 보관 역시 문제다. 부피가 큰 아이 장난감을 이용 시기가 지나거나 지루해할 때 처분하지 못하면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짐이 된다. 장난감 관련 중고거래, 대여 서비스가 일찌감치 발달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정 구독료로 주기별로 새로운 장난감을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고 이용이 끝난 제품은 반납을 할 수도 있어 보관의 부담도 준다.

사진=pixabay사진=pixabay
특히 구독 서비스가 일반 대여와 다른 점은 제공하는 제품들이 아이의 성장 과정에 맞춰 전문적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매번 아이의 나이나 취향에 맞게 적절한 제품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선택해야 하는 양육자의 수고를 덜어준다.

예를 들어 장난감 구독 서비스의 한 종류인 키즈 액티비티 박스는 놀이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상품을 구성해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일반적으로 키즈 액티비티 박스 상품은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STEAM)을 기반으로 패키지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놀면서 자연스럽게 지능과 정서를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업계에서는 키즈 액티비티 박스 시장이 2031년까지 57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구독은 소비자 뿐 아니라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장난감은 연간 수십만 톤 이상의 폐플라스틱을 발생시킨다. 구독의 경우 제공한 제품을 반납 받은 후 세척을 통해 재사용하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폐기물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 '데이터'
이 같은 효용성으로 시장과 업계도 장난감 구독 서비스에 주목한다. 장난감계의 넷플릭스라 불리는 영국의 장난감 구독 서비스 기업 휠리는 2020년 말 시드 펀딩에서 400만 파운드를 모금하며 화제가 됐다.

휠리의 구독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1000여 개 이상의 장난감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이후 아이가 원하는 만큼 가지고 놀다가 휠리로 다시 보내고 다른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모든 제품을 다 교환할 필요 없이 아이가 선호하는 것은 그대로 두고 나머지만 반납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아이가 계속해서 해당 장난감을 가지고자 하면 반납하지 않은 채 일반 매장에서보다 저렴하게 구입해 소장할 수도 있다.

휠리 외에도 키위코, 러브베리, 사고미니 등 여러 장난감 구독 서비스들이 구독 프로그램, 구독료, 대상 어린이 연령대, 장난감 종류 등을 차별화하며 속속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놀터박스 등의 장난감 구독 전문 기업에 이어 대표 장난감 제조 기업인 손오공이 지난해 영유아 대상 구독 서비스 레벨업 박스 출시하면 본격적인 구독 경쟁 돌입했다.

손오공 '레벨업 박스' 이미지/사진=손오공 홈페이지손오공 '레벨업 박스' 이미지/사진=손오공 홈페이지
시장과 투자 업계에서는 단순히 장난감을 직접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성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여느 구독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데이터다.

구독을 통해 아동이 있는 가구의 장난감 소비 유형을 분석하면 보다 정확한 수익 예측이 가능해 재투자와 비즈니스 확장에 유리하다.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제품군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업셀링(이전 구매 상품보다 더 고가의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판매 방법)과 크로스셀링(고객이 구매하려는 제품을 보완할 수 있는 추가 제품 판매) 기회를 포착하기 쉽다. 넷플릭스가 구독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구미가 당기는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과 같다.

휠리에 투자한 옥토퍼스벤처스의 레베카 헌트 파트너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난감 시장은 거대하지만 대부분 전자상거래 1.0과 오프라인 소매의 암흑기에 갇혀 있는데 휠리와 같은 새로운 참가자의 새로운 접근 방식은 진정한 기회가 있다"며 "특히 흥미로운 것은 부모가 자녀의 현재 생활 단계에 필요한 장난감만 빌릴 수 있게 함으로써 장난감 소유에 따른 혼란과 비용을 피할 수 있고, 지구는 값싼 플라스틱 장난감 구입 후 결국 매립지로 가는 유해한 사이클이 제거돼 혜택을 누리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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